[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원유 수요에 대한 전망이 더 암울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 다만 허리케인발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유가의 낙폭은 다소 제한된 모습이다.

14일(현지 시간)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2%(0.07달러) 내린 37.2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0.6%(0.22달러) 떨어진 39.61달러에 체결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세계 원유 수요에 대한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하면서, 유가 또한 하방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날 OPEC은 월간 보고서를 발간, 2020년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950만 배럴 가량 줄어든 902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전월 예상치인 910만 배럴보다 더 큰 감소 폭이다.

OPEC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원유 수요 전망치를 일 평균 약 10만 배럴 높여 잡았으나, 비(非) OECD 국가들의 경우 아시아, 특히 인도의 원유 소비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원유 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660만 배럴 늘어난 969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역시 전월 예상치보다 40만 배럴 정도 적어진 수준이다. 

올해 원유 생산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 OPEC은 지난 6월 미국의 산유량이 개선된 점을 고려해, 비 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에 대한 추정치를 일 36만 배럴 증가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 OPEC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하루 76만 배럴 많은 2405만 배럴로 추산됐다.

리비아의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리비아 동부 군벌의 최고 사령관인 칼리파 하프타르가 원유 생산·정제 설비에 대한 봉쇄를 끝낼 것을 약속했다고 이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리비아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 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일 100만 배럴 가량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의 석유 시설이 밀집한 멕시코만에 새로운 허리케인이 접근하면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부각, 유가의 낙폭을 제한했다.

허리케인급으로 세력을 키운 열대성 폭풍 '샐리'는 오는 1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됐다. 미 정부는 이날 멕시코만 일대 원유 생산의 21.4%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산유량을 하루 약 40만 배럴 감축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허리케인발 공급 위축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유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원유 수요에 대한 비관론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애널리스트인 밥 야거는 "허리케인이 멕시코만 일대의 원유 생산을 중단시키고 있어도 시장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는 (원유 수요)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나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가 이달 17일 장관급 공동 감시 위원회를 열어 추가적인 원유 감산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OPEC+의 감산 규모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