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본점. 출처=하나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하나은행이 올해 상반기 점포당 생산성에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개선된 성적표를 받았다. 점포 수를 대폭 줄인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표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결과에도 하나은행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점포축소 행보에 강력하게 제동을 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銀, 점포당 생산성 규모·증가율 모두 1위

15일 금융권에서 따르면, 하나은행은 점포당(지점·출장소) 예수금과 점포당 대출금 등 2가지 지표 모두에서 6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하나은행은 이들 은행 가운데 두 생산성 지표가 가장 높았다. 특히 증가율에서도 가장 돋보였다.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점포당 예수금은 4485억원, 점포당 대출금은 3432억원으로, 이들 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두 지표 모두 신한은행(3937억원, 2995억원), 국민은행(3704억원, 2947억원), 우리은행(3601억원, 2838억원), 농협은행(2816억원, 2234억원), 기업은행(2425억원, 3609억원)의 순이었다.

증가율도 하나은행이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은 점포당 예수금이 전년 동기(3777억원)보다 18.7%(708억원)나 증가했다. 점포당 대출금도 전년 동기(2961억원)과 비교해 15.9%(471억원) 늘었다.

하나은행에 이어 점포당 예수금 증가율은 기업은행(13.6%), 신한은행(11.5%), 국민은행(11.0%), 우리은행(6.9%), 농협은행(5.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점포당 대출금 증가율은 국민은행(8.9%), 기업은행(8.1%), 신한은행(7.7%), 농협은행(7.1%) 순으로 나타났다.

▲ 출처=각사
점포 감소율 은행 평균보다 5.6%p 높아

하나은행의 생산성 지표 개선에는 총 예수금과 대출금 증가에 따른 영향과 점포축소에 따른 영향 모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점포당 예수금와 점포당 대출금은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을 각각 점포 수로 나눈 값이다. 분자인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이 증가할수록 분모인 점포 수가 감소할수록 점포당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 규모는 은행별로 일정기간 평잔을 기준으로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을 각각 계산한다. 

분자인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을 살펴보면, 올 상반기 기준 6대 은행 각각의 총 예수금 증가율은 평균적으로 9.5%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총 예수금도 10.4%(269조3000억원→297조3600억원) 늘었다. 6대은행 평균 증가율과 하나은행의 증가율이 0.9%포인트(p) 밖에 차이나지 않는 것이다. 하나은행 총 대출금 증가율도 9.8%로 평균인 9.3%과 비교해 0.5%p 차이에 그쳤다.

분자와 달리 분모인 점포 수에선 하나은행의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6대 은행의 국내 점포는 평균적으로 1.4% 감소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점포 수는 7%(713개→663개) 감소하며 평균과 5.6%p 차이가 났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의 증가율이 평균 증가율과 각각 0.9p, 0.5%p 차이난 것과 비교해 6배 이상의 변동폭이다. 하나은행의 점포당 예수금, 점포당 원화예수금 증가에 점포 수 감소가 기여한 부분이 총 예수금·총 대출금보다 더 컸다는 의미다. 

해당 집계에서 점포 수는 올해 1월1일~6월30일까지 평균 점포 수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6월말 기준 점포 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은행권 평균 증감률 관련 수치는 단순평균으로 계산했다. 

하나銀 "'운영 효율성+고객 불편 최소화' 종합적으로 검토"

하나은행은 생산성 개선에 영향을 준 요인을 묻는 질문에 운영 효율성에만 방점을 찍어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하나은행은 "(점포축소는) 점포 운영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라면서 "인근점포와의 거리, 점포당 고객 수와 연령 분포 등을 고려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금융약자를 포함한 고객들의 이용 불편도 가능한 최소화할 수 있는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의 성과지표 중 하나로도 사용되는 점포당 생산성이 높아졌음에도 하나은행은 점포당 생산성이 높아진 것보다는 점포 폐쇄 및 거점화 결정이 이뤄진 배경을 설명하는 데 무게추를 두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하나은행의 조심스러운 답변 배경에는 은행권 점포감축 행보에 제동을 건 금융당국이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시작이었다. 지난 7월 21일 윤 원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권에서 빠르게 진행되던 점포폐쇄 속도에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윤 원장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압박을 본격화 했다. 

윤 원장 발언 나흘 뒤인 7월 24일 금감원은 점포 폐쇄와 관련한 자율 규범인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에 대한 은행권의 준수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지난해 6월 도입한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에 따라 고객 수, 연령대 분포, 대체수단 등을 미리 평가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점포당 고객 수, 연령 분포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 또한 해당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7월 30일에는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하며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 방안은 점포 폐쇄 여부를 검토하는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토록하고, 점포 폐쇄 전 통지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기로 한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의 옥죄기에 은행권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통상 은행들은 연초에 점포 폐쇄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하반기까지 일정대로 진행한다. 그러나 현재 은행권은 하반기 예정됐던 점포 폐쇄 일정을 전면 보류시킨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이미 상당 점포를 폐쇄한 부분도 있기에 하반기에는 은행들이 폐쇄를 잠정 보류하는 분위기"라면서 "하나은행이 상반기 점포 폐쇄를 가장 빠르게 진행해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이득을 볼 부분이 있기에 지금 당국의 기조 아래서 점포 폐쇄와 관련된 사항에 더욱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