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인도를 방문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한·인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함대가 9·11 테러와 관련해 인도 북방 탈레반 지역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실시하자 예정된 인도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대통령 안전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국내에선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미국 함대의 미사일이 겨냥한 것은 김 대통령의 방문예정지 뉴델리로부터 1000㎞나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유럽의 정상들은 예정되었던 인도방문을 약속대로 이행하여 인도와 통상외교를 펼쳤다. 우리나라는 정상회담 취소라는 잘못된 결정을 수습하느라 1년 후에야 대통령 특사가 인도에 갈 수 있었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한국과 인도 정부는 상호 신뢰가 부족한 사이로 머물렀다. 외교적 케미가 통하게 된 것은 양국이 구체제에서 벗어나 새 정치체계를 갖춘 모디 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이 비슷하면서였다.

지금 인도와 중국은 접경 지역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 양국이 충돌하면 외신에서는 실상보다 과장된 보도가 쏟아질 것이다. 이에 놀란 한국 내 인도 교역은 위축되고 외교적 채널은 후퇴할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로 끊긴 한·인도간 항공 노선의 재개를 두고 벌이는 양국 항공협약이 전쟁으로 인하여 중단된다면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히말라야 국경에서의 무력충돌 때문에 통상적 인도경제 활동이 멈추진 않을 것이다. 가깝게는 수 백 ㎞ 멀게는 수 천 ㎞ 떨어진 내륙에 있는 인도의 경제무대는 거의 일상대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되면 상황을 주시하면 된다. 모든 것을 중단하고 대피를 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다간 인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인도·중국간 분쟁이 우리에게 ‘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방위산업 관련 제조분야에서는 그 동안 지지부진하였던 인도와의 상담을 급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예로 이번 최신예 무기를 사용한 양국 충돌은 거대한 인도 군수시장을 겨냥하는 한국의 방위산업에 반전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병사들은 업그레이드된 개인화기 장비를 갖추고 포병과 공군도 가장 최신 장비로 전력을 보강한 상태여서 양국 국경전쟁은 인도가 수입한 세계 각국 무기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신예장비의 실전비교가 될 수도 있다.

인도 전선에는 한국 자주포 K-9을 인도형으로 개량한 K-9 Vajra도 배치되었다고 한다. 만약 포격전이 벌어진다면 인도 연방 총리가 직접 시승하면서 배치한 한국의 K-9자주포와 중국의 신예 자주포의 성능비교가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타결이 안되던 방공무기체계 ‘비호복합’에도 긍정적일 수 있고, 야간 전투장비와 동계 장구 등등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 날 것이다. 전투식량 등 소모품 공급에서도 교역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물론 전쟁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전쟁 발발로 인하여 새우등 터지는 위기에 처하기보다는 역지사지로 타개해갈 로드맵 정도는 미리 생각해두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