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열 암생물학연구부 교수가 암 세포 에너지원이 지방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출처=국립암센터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의 에너지원이 지방산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생리학자 오토 와버그의 연구를 뒤집는 결과다.

국립암센터는 김수열 암생물학연구부 교수(사진)팀이 암세포 에너지원이 지방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Cancers) 최신호에 실렸다.

지금까지는 암세포가 포도당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대사한다고 알려졌다. 와버그는 이런 연구 내용을 토대로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김 교수팀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이런 내용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당시에는 포도당만 들어있는 배양액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인체와 비슷한 배양조건에서 세포실험을 진행해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산소를 더 많이 쓰고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의 에너지원은 포도당이지만 암세포는 지방산 산화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실제 실험용 췌장암 동물모델 쥐 실험에서 지방산 섭취를 차단하고 탄수화물로 바꾸자 암 발생이 4배 감소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원을 지방산에서 탄수화물로 대치한 것만으로도 암 발생이 4배나 감소한 것은 항암치료에 견줄 만한 효과"라면서 "연구 성과를 근거로 기존 치료와 함께 암 에너지 대사를 차단하는 새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비만이 모든 암에서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면서 "그 기전이나 원인을 설명하는데 이번 연구성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