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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엔비디아로 가는 암, 삼성은 왜 인수합병 나서지 않았나업계 정중동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의 암을 품었습니다. 실제로 일본 소프트뱅크는 14일 최대 400억달러(약 47조4000억원)에 암을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15억달러는 엔비디아 주식, 100억달러는 현금으로 지불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시가총액만 30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빅3 반도체 기업이 됐습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는 “AI는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술력으로 컴퓨팅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면서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수많은 컴퓨터가 오늘날의 인간인터넷(IoP)보다 수천 배는 큰 사물인터넷(IoT)을 새롭게 창조할 것이다. 엔비디아와 암의 결합으로 이러한 AI 시대에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정의 SBG 회장 겸 CEO는 “엔비디아는 암의 완벽한 파트너다. 암을 인수한 이래 소프트뱅크는 약속을 이행해 나가면서 인력, 기술,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으며,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혁신의 세계적 선두 주자와의 협력은 암에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면서 "이 강력한 조합은 암 케임브리지, 영국을 이 시대 가장 흥미로운 기술 혁신의 선봉에 위치시킬 것이다. 바로 이것이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의 대주주로서 암의 장기적 성공에 기꺼이 투자하려는 이유다. 우리는 강력한 결합을 통해 탄생한 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이먼 시거스 CEO는 “암 엔비디아는 비전과 열정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의료, 농업에서 교육에 이르는 여러 시급한 문제들을 에너지 효율적인 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연구개발에의 장기적 헌신이 필요하다. 우리 두 기업의 기술적 강점들을 결합함으로써 진보를 가속화하고 혁신가들을 위한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창조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 함께 이 역사의 다음 장을 함께 써 나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암
세계 최대 GPU 제조사 엔비디아는 시대의 트렌드를 먹고사는 기업입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최초 CPU 생산을 기획했으나 그래픽 칩셋으로 방향을 바꿨고, 1997년에 출시된 RIVA 128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2003년 무선 멀티미디어 기업 미디어큐를 인수하고 지포스FX를 전격 출시했으며 2006년 3월 글로벌 GPU 판매량 5억개를 돌파하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인공지능에 특화된 라인업을 출시하면서입니다. 이어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며 GPU의 엔비디아는 급격하게 성장했으나,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자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며 다시 기업가치는 수직상승, 올해 들어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암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두뇌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의 95%는 암의 설계를 기반으로 할 정도입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4년 전 암을 약 243억 파운드에 품었으나 최근 급격한 경영난에 암을 재매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엔비디아

어떤 일이 벌어지나
암이 매물로 등장하던 때, 일각에서는 AMD와 애플을 비롯해 컨소시엄 전제로 삼성전자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암이 엔비디아의 품에 안겼고, 업계는 대파란의 시대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일단 엔비디아가 암을 인수하며 경쟁사에 반도체 설계도를 판매하는 애매한 구조가 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물론 암의 측면에서 엔비디아가 이에 개입할 수 없겠으나, 반도체 설계도 구성 자체가 모호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이유로 엔비디아의 품에 안긴 암이 라이선스 구조를 바꿔 소위 말하는 '강호의 정의'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만 그 파급효과를 삼성전자에만 맞추면, 엔비디아의 주특기는 GPU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모바일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존재감이 흐릿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퀄컴의 X60 일부 물량을 따내는 한편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 생산을 맡았으며, 최근 엔비디아의 신형 GPU 물량도 가져온 상태입니다. 여기에 퀄컴 스냅드래곤 875 물량도 수주했습니다.

파운드리 시장의 확장에 따른 TSMC의 물량 초과 현상이 벌어지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기회가 열리는 형국이지만, 7나노 이상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엔비디아가 외면할 수 없는 법. 결국 두 회사의 파트너십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CPU에서 암과 협력하고, GPU에서는 AMD와 협력하는 중입니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컨소시엄을 꾸려 암 인수에 나설 수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도 나옵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왜 암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을까'라는 의문도 커집니다.

삼성전자가 암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외신의 보도가 있었으나 14일 업계를 취재한 결과 삼성전자의 뚜렷한 관련 행보는 없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됩니다. 특히 암을 인수할 경우 각 국의 규제당국의 문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도 암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약 18개월간 각 국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반도체의 두뇌를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가져가는 것에 많은 나라가 경계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로이터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엔비디아의 암 인수에 대해 명확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암이 영국의 기업이기 때문이지만, 장차 인수합병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엔비디아는 암을 통한 업계의 부정적인 파급이 없을 것이라 공언했으나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아직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여러 기회비용을 따져봤을 때 이러한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파운드리 측면의 고려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크게 키우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가운데, 암을 인수할 경우 팹리스 파트너들의 이탈이 염려됩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의 두뇌를 가져가면서 발생하는 파트너사들과의 관계정립과 동일한 고민입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단행하기는 무리라는 상황판단이 섰다는 말이 나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에 발목이 잡혀 메가딜을 추진하기는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업계서 회자됩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암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메가딜을 염두에 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장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전반의 근육을 키우는 가운데 과감하게 제조의 패러다임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시장을 두드렸으면 어떨까라는 아쉬움도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플립2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강의 하드웨어 비전을 추구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소프트웨어 범용성에 집중하는 '하드웨어 마이웨이'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큰 그림 아래에서 실패의 연속이던 비 하드웨어 제조에 매몰되기에는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서 잃을 것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의 방향성에서 팹리스는 국내 업체와의 무조건적인 협력, 나아가 시스템에서는 제조의 파운드리에만 방점을 찍지 말고 그 이상의 다양성 타진에도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9.14  15: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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