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P는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의 성장 시대는 끝났으며 석유 소비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생 이전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SrepFee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한 영국의 글로벌 석유회사 BP가 석유 수요의 성장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일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P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유 소비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생 이전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P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조차도 화석연료로부터의 에너지 전환 노력으로 향후 20년 동안 수요는 ‘광범위하게 평평함’ 이상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BP의 이 같은 예측은 그 동안의 통설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에너지 대기업 경영자에서부터 OPEC 회원국의 장관에 이르기까지 업계 고위 인사들은 그 동안 석유 소비가 최소 수십 년 동안은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세계 인구 증가와 늘어난 중산층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분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BP는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와 회사의 방향을 일치시키기 위해 업계에서 가장 과감한 조치를 취해 온 회사다.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CEO)는 CEO에 오른 지 불과 6개월 만인 지난 8월, 향후 10년간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40%까지 줄이고 세계 최대의 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간 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가 코로나 대유행, 각국 정부들의 보다 엄격해진 정책, 그리고 소비자 행동의 변화로 인해 석유 수요가 이미 최고조를 지났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BP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급격한 감소’(rapid)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석유 소비가 50% 감소하고, ‘배출 순제로’(Net Zero) 시나리오에서는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평상시’(business-as-usual)의 경우라 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한 급감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향후 20년 동안 하루 1억 배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BP만이 아니다.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토탈 SE(Total SE), 기타 유럽의 다른 석유 대기업들도 고객, 정부, 투자자들의 변화 압박이 커지면서 BP와 유사한 청정 운영으로의 선회 방침을 발표했다.

3가지 시나리오

BP의 보고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각 시나리오는 향후 3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결과를 다루고 있으며, 루니 CEO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새로운 전략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급격한 감소’ 시나리오는 각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 조치들로 인해 탄소 배출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제한 전망이고, ‘배출 순제로' 시나리오는 ‘급격한 감소’ 시나리오에 사회 행동의 큰 변화까지 더해져 수요 감소를 더 심화시키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고, ‘평상시’ 시나리오는 정부 정책, 기술, 사회적 선호도가 최근의 페이스로 계속 전개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처음 두 시나리오에서 석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BP의 스펜서 데일이코노미스트는 "두 시나리오에서 석유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석유 수요의 정점은 2019년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BP는 지난해 전망에서는 2040년까지 석유 수요가 하루 1억 3000만 배럴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빠졌다.

이번 보고서에서 BP는 "향후 30년간 석유 수요가 감소한다"고 전망하고 "감소의 규모와 속도는 도로 교통의 효율성 증진과 전기화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 충격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통행을 봉쇄하면서 올해 석유 소비량은 크게 줄었다. 각국이 경제를 재개하면서 수요가 회복되고 원유 가격도 상승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공중보건 위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 수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BP는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것 같은 지속적인 사회적 행동 변화가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 활동과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궁극적으로 액체 연료에 대한 수요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이미 시작된 선진국들의 수요 감소를 개발도상국이 상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액체 연료의 수요는, BP의 ‘급속 감소’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하루 5500만배럴 미만으로, ‘순제로’ 시나리오에서는 하루 3000만배럴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감소는 대부분 선진국과 중국에서 나오는데, 인도 등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아프리카의 경우 당분간 대체로 현 수요를 유지하지만 2030년대 중반부터는 2018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 외에 보고서에서 언급한 에너지 전망은 다음과 같다.

ㆍ‘급속 감소’ 시나리오에서 탄소배출량은 2050년까지 약 70% 감소하는 반면, ‘순제로’ 시나리오에서는 95%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상황’ 시나리오에서도 202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ㆍ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1차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해당 기간 동안 ‘급속 감소’와 ‘순제로’ 시나리오에서는 약 10% 증가하며 ‘평상시’ 시나리오에서는 약 25% 증가한다.

ㆍ‘급속 감소’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대 초반부터 비화석 연료가 전 세계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ㆍ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세는 과거 추세에 비해 급격히 둔화돼 2030년대 초반 3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 감소한다.

ㆍ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급속 감소’와 ‘순제로’ 시나리오에서 모두 10배 이상 증가해 전체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도 5%에서 40%(급속 감소) 내지 60%(순제로)까지 상승한다.

ㆍ천연가스 소비량은 2050년까지 ‘순제로’ 시나리오에서는 40% 감소하고, ‘급속 감소’ 시나리오에서는 큰 변동이 없으며 ‘평상시’ 시나리오에서는 3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