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있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이 미국 B2B 기업 오라클의 손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틱톡의 미국 사업부가 오라클 컨소시엄을 인수우선 협상대상자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인수전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인수 허가가 떨어져야 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틱톡 매각을 추진하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오라클에 넘어갈 것에 반대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우여곡절 틱톡 인수전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숏폼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평정하며 구글 유튜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졌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틱톡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가벼운 '잽'은 인도에서 들어왔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선 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도 현지에서 틱톡이 전격 퇴출됐기 때문이다.

묵직한 '스트레이트'는 미국이다. 코로나19 및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틱톡을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서비스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 퇴출을 선언했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WSJ은 11일(현지시간) 틱톡이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12자리 고유 식별번호 '맥 주소'를 모아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바이트댄스로 보냈으며, 이는 개인의 서비스 약관 동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중국 공산당의 허위정보 캠페인에 미국인들이 현혹될 수 있고, 미국인들의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만약 15일까지 틱톡의 주인이 바뀐다면 미국에서 틱톡의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가 가이드 라인이 나왔다. 인수전의 시작이다.

MS가 전면에 나섰다. 틱톡의 미국 시장 퇴출이 임박한 상태에서 MS는 적극적으로 틱톡 인수를 노렸다. 

B2B 사업군을 가진 MS는 틱톡을 통해 B2C 사업의 접점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1360억달러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큰 무리없이 틱톡을 인수할 것으로 여겨졌다. 일각에서는 MS가 틱톡의 미국 사업부가 아닌, 전체 사업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사모펀드 및 유통거인 월마트와의 공동전선도 구축했다. 월마트가 조만간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회원제 서비스인 월마트+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튜브 대항마인 숏폼 콘텐츠의 틱톡을 인수해 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더그 맥밀론 월마트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도 잘 알려졌다.

원조 SNS 트위터도 나섰다. 다만 자금적 측면에서 50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가진 틱톡을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많아 일찌감치 인수 레이스에서 떨어져나갔다. 이어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만약 틱톡이 공중분해되어 각 지역별로 쪼개진다면, 일본 사업부의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오라클은 인수 레이스에서 비교적 늦게 등장했다. B2B 기업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깜짝등판에 가까웠으며, MS의 아성을 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나왔다. 그러나 오라클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틱톡 인수전의 9부능선을 밟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MS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틱톡 인수전에 있어 바이트댄스가 우선 협상대상자에서 우리가 탈락했다는 것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오라클의 성공 이유
오라클이 틱톡 인수전의 유력한 승자후보인 MS를 누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오라클의 창업주 래리 앨리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기의 인수전으로 불리는 틱톡 인수전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좌우된다 보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밀월이 틱톡 인수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WSJ과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클의 틱톡 인수 가능성을 두고 “오라클은 좋은 회사며, 틱톡을 감당할 인수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래리 앨리슨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자선회까지 주도할 정도로 열성 지지자다.

데이터베이스에서 클라우드의 강자로 거듭나기를 원하는 오라클이 틱톡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숏폼 콘텐츠가 라이브 커머스와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월마트가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오라클도 의외의 B2C 전략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 출처=오라클

오라클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며, 이는 틱톡의 방대한 동영상 콘텐츠의 운용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클린 네트워크까지 가동하며 중국을 데이터 및 ICT 측면에서 압박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오라클이 틱톡을 품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궁합이 맞지 않아보여도,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는 도움이 된다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MS가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8월 4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재직자 1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MS가 틱톡을 인수하면 틱톡이 더 잘 될 것이라 보십니까? (Do you think TikTok’s product would do better if owned by Microsoft?)” 질문한 가운데 응답자의 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MS의 틱톡 운영이 잘 이뤄질 것이라 대답한 비중도 시스코 직원은 71%에 이르렀으나 막상 MS 직원의 55%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인수가 마이크로소프트 사업에 득이 될 거라고 보십니까?(Do you think Microsoft's overall business would benefit from acquiring TikTok?)”라는 질문에 MS 직원들의 답변 비중은 ‘그렇다(53%)’, ‘아니다(47%)’로 나눴으며 한 직원은 ‘회사의 틱톡 인수 논의가 걱정된다. 사용자층은 매력적이지만 틱톡엔 유해한 콘텐츠가 너무 많다. 콘텐츠 관리에 너무 많은 회사 자본이 투입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 출처=MS

관건은 알고리즘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부 인수 9부능선을 넘었으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미국 정부의 압박과 함께 틱톡을 탐내는 미국 기업들의 공격이 들어오던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바이트댄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을 퇴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수정헌법 5조를 위반한 행위라며 캘리포니아 중부지역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바이트댄스는 나아가 “우리는 중국 정부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1만 개 가량의 미국 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2008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을 발표하며 중국 기업이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틱톡 인수전에 있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외부에 매각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틱톡 인수전에 뛰어든 미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인수에 성공해도 틱톡의 플랫폼과 이용자는 확보할 수 있으나 핵심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얻지 못하게 된다. 오라클이 9부능선을 넘었으나 앞으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중국 정부가 부과한 기술 수출 금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데이터 운영 통제 권한은 미국 기업에 넘기되 지분은 계속 일부 보유하는 방식도 거론되는 중이다. 다양한 우회전략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사안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허가가 떨어져야 인수전이 마무리되는 것도 부담이다. 

일단 오라클 입장에서 미국 정부의 허가는 쉬울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개정된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에 따라 틱톡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반출을 허락하지 않으며 그 외 압박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틱톡 인수전이 미국 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공작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틱톡 인수전의 배후에 중국 현지서 자회사 설립에 실패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분노'가 크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이 문제가 미중 갈등의 전면에 걸릴 경우 의외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