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성 간암에서 면역항암치료를 진행할 경우 10명 중 1명의 비율로 암의 성장속도가 치료 이전에 비해 4배 이상 빨라지는 급성진행 현상이 발생하며, 이들 환자들은 암의 빠른 진행으로 인해 후속치료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로 나쁜 예후를 가지게 됨. 특히 이러한 급성진행은 호중구-림프구 비율 (neutrophil-lymphocyte ratio)이 높은 간암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차의과학대학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간암 환자에 면역항암치료를 시행할 때 주의해야 할 환자군을 선별할 실마리를 찾았다. 면역항암치료는 부작용이 적어 전신상태가 나쁜 고령의 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극소수의 환자에서 오히려 암이 빠르게 악화되는 급성진행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국연구재단은 13일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전홍재, 김찬 교수 연구진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연구진과 함께 간암 면역항암치료 후 암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급성진행 현상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 부터 도입되어 폐암, 간암, 신장암 등에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는 환자 가운데 20~30%에서만 효과가 나타나는 낮은 반응성 이외에도 어떤 경우 암의 급성진행 현상(hyperprogression) 또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진은 국내 암사망률 2위로 세계적으로 면역항암치료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암의 급성진행 현상에 대한 체계적이해가 부족한 간암에 주목했다.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사용 후 급성진행 현상이 존재하는지, 존재 한다면 어떠한 임상적 특성이 있는지, 어떤 간암 환자군에서 급성진행 가능성이 높은지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면역항암제 또는 표적치료제, 그리고 치료를 받지 않은 국내 간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189명의 환자 중 24명, 약 10명 중 1명의 비율(12.6%)로 급성진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또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에서만 급성진행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성진행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 치료 전후 암성장율과 암성장 키네틱이 모두 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면역항암치료 시작일 로부터 사망까지의 평균기간이 59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항암치료 시작 직전 혈액검사에서 호중구/림프구의 비율(NLR)이 높을수록 치료반응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급성진행의 확률이 급증하였다. NLR이 2미만인 환자의 경우 급성진행률은 0%인 반면, NLR이 6보다 클 경우에는 급성진행률은 46%에 육박했다.

호중구/림프구 비율은 혈액 내 면역반응에 중요한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와 림프구의 상대적인 비율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혈액검사를 통해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

연구진 관계자는 “일반혈액 검사로 급성진행 현상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표지를 찾아낸 이번 연구결과가 간암 면역항암치료의 최적화를 위한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급성진행 환자들의 혈액을 보다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하고 면역항암제 치료 내성과 관련된 인자를 규명하고자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신진연구, 중견 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성과는 유럽간학회지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