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그룹 본사.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지난 10일 2000억원 규모 원화 선순위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행한 선순위채로 그동안 조건부자본증권을 주로 활용해 왔던 자금 조달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출범 첫 선순위채… 자본비율 개선 영향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후 지난 1년 반 동안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조건부자본증권만 발행했다. 표준등급법 적용에 따른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자산(RWA) 산출시 바젤위원회가 정한 표준가중치가 반영된다. 이는 금융지주나 은행이 자체 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는 내부등급법에 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늘거나 위험가중자산이 줄어야 한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으면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BIS비율이 낮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89%로 KB금융 14.48%, 농협금융 13.99%, 하나금융 13.95%, 신한금융 13.90%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이 그간 발행해왔던 조건부자본증권들은 부채이지만 BIS비율 산출시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자본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선순위채에 비해 발행 금리가 높지만 자금조달과 자본비율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 6월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내부등급법을 일부 승인해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BIS비율은 12.72%로 전년 말 대비 0.83%포인트 올랐다. 위험가중자산이 228조460억원에서 215조2820억원으로 12조7640억원(5.6%) 감소한 영향이다. 이 기간 자기자본도 27조1150억원에서 27조3850억원으로 2700억원(1.0%) 늘며 BIS비율을 상승에 힘을 보탰다.

▲ 자료=우리금융그룹

 

조달 비용 인하, 회사채 일괄신고제 활용 가능해져

우리금융은 앞서 내부등급법 일부 승인을 받은데 이어 나머지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BIS비율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표준등급법 적용 당시에는 BIS비율 제고 목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며 “BIS비율 관리 부담이 일정 부분 해결되면서 선순위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선순위채에 비해 후순위채는 0.5%포인트, 신종자본증권은 1.5%포인트 이상 발행금리가 높다. 선순위채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이번 선순위채 발행을 계기로 우리금융은 추후 수월한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일괄신고제도’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괄신고제도는 회사채를 자주 발행하는 기업이 빠르고 편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특정 기간 회사채 발행 예정 규모를 금융위원회에 미리 신고하면 회사채 수요예측을 하지 않아도 되며 증권신고서 작성과 실사도 약식으로 진행하는 채권 발행절차를 단순화 해주는 제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선순위채를 발행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이번 발행실적을 기반으로 일괄신고제를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지주사가 필요한 자금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기에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대외적 신용도를 측정하는 3년물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우리금융의 신용도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공고히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 이후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씩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표준등급법 적용시에는 그에 맞는 방법을 적용했고, 내부등급법 일부 승인에 따라 선순위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 방식의 일반화를 이루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일괄신고제 활용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