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아시아나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10개월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오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끝내 무산됐다. 정부는 기안기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금호고속 등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차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12일 2조5000억원을 베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HDC현산의 마라톤은 끝이 나게 됐다. M&A가 불발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두는 플랜B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놓인 것은 6년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10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으며, 경영정상화에 나선 뒤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한 바 있다. 

그간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을 염두에 뒀던 채권단은 기안기금 지원, 영구채 출자전환, 차등감자 등을 포함한 플랜B를 마련해 왔다. 채권단은 2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 다음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금호고속에도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경영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실행해 나가겠다”며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주체 앞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재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까지는 상당수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 경색은 물론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인수 계약금 2500억원을 둘러싼 법적 공방 등 과제가 수두룩하게 예고돼 있어서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총계는 11조545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291.01%에 달한다. 지난해 말 1386.69%와 비교할 경우 904.32%p나 치솟았다. 여기에 앞으로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조원이 넘는다. 이번 매각 불발로 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매출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 트리거가 발동돼 당장 7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재편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황 회복 시점이 늦어지면서 단기간에 새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불필요한 덩치를 줄여 최대한 빠른 시일내 정상궤도로 올려놔야하는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기안기금 지원에 따른 계열사 지원 금지로 자회사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안기금 지원이 불가능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인력은 4700여명에 달한다. 채권단은 자회사 분리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계약금 반환 소송전도 예고돼 있다. 지난해 12월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 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불 한 바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며 “이는 사실상의 국유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내년 초쯤 아시아나항공을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그때도 항공업황이 살아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예상보다 재매각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담화문을 올리고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M&A 계약이 해제됐다”며 “현산의 거래종결의무 이행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계속 기업으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3월 이후 전사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무급·유급 휴직에 동참하며 회사의 위기극복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에게 M&A 무산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경영 환경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킴으로써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밝은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