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차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부품을 개발·공급하는데 주력하는 등 혁신을 시도하는 한편, 경영진의 연령대는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혁신=젊은 인재 영입’ 공식과는 다른 기조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산업의 첨단 분야를 다루는 동시에 불확실성 짙어지는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려는 취지로 이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모비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임원 평균 연령대는 최근 20년 간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단위로 매 상반기 말 기준 현대모비스의 등기·미등기 임원의 당시 평균 연령을 산출한 결과 20년 새 3.8세 가량 늘었다. 연도별 평균 연령은 2000년 51.4세, 2005년 53.3세, 2010년 53.7세, 2015년 55.3세, 올해 55.2세로 각각 나타났다.

▲ 현대모비스의 연도별 임원 평균 연령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가장 최근 산출된 현대모비스 임원 평균 연령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기업의 평균 연령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보였다. 취업정보 포탈 잡코리아가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30위 안에 드는 기업별 임원 평균 연령을 분석한 결과 만 53세로 나타났다. 한국나이로는 54세로 현대모비스 임원보다 1살 가량 어린 셈이다.

현대모비스 임원의 최근 연령대별 비중도 업계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분포를 보였다. 지난 상반기 말 현대모비스 임원의 연령대별 비중은 30대 0.0%, 40대 3.2%, 50대 85.3%, 60대 이상 11.6% 등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30대 기업의 평균치인 30대 0.2%, 40대 18.6%, 50대 75.7%, 60대 이상 5.5% 등과 대조되는 분포다.

▲ 현대모비스 연도별 임원 연령대 비중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현대모비스 임원의 연령대별 특징을 살펴보면 최근 20년 간 50대가 꾸준히 가장 많은 인원 비중을 보였다. 40대, 60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50대 이상 임원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임원 구성의 또 다른 특징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을 줄곧 맡아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회계연도별 나이를 상한선으로 같은 연령대이거나 더 나이 많은 임원이 없었던 점이다. 매년 상반기 말 기준 임원 가운데 2000년 이영직 중기사업본부장(부사장·60세)이 당시 정몽구 회장(63세)과 같은 60대 임원이었다. 2005년 박정인 회장(63세)이 정 회장(68세)보다 5살 젊었다. 정 회장이 2010년 이후 70대에 접어든 뒤론 같은 연령대의 임원은 임명되지 않았다.

반대로 1970년생 젊은 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경우 이번 분석 기간 가운데 2005년 36세의 나이로 현대모비스 기획·재경·정보기술(IT) 부문 사장을 맡으며 평균 연령대를 낮추는데 일조했다. 이어 2010년 부회장을 맡을 당시 41세로 40대에 접어든 후부턴 해당 연령대의 분포를 높여왔다.

현대모비스 인사 원칙 ‘성과·능력’…장기적으론 세대교체 추진

현대모비스 임원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경영상 다양한 변수에 직면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 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임원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동시에 실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후보인사들을 평가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임원을 임명하는 데 있어 원칙적으로는 연령에 상관없이 성과와 능력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세대교체를 단행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임원 인사 전략이 반영된 그간 실적은 항목별로 다른 추이를 나타냈다. 이번 분석 기간 현대모비스의 경영실적으로 매출액은 2000년 상반기 1조6033억원에서 20년 뒤인 지난 상반기 15조9585억원으로 10배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860억원 적자에서 2010년 883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상반기 5296억원으로 감소했다. 기업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리더십 외 다양한 시장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0월 임직원 소통 문화 행사인 붐업 이벤트를 진행한 모습. 출처= HMG저널

현대모비스는 임원 평균 연령 분포가 높아지는 가운데에서도 ‘꼰대·수직적 문화’ 대신 최근 구성원별 나이를 초월한 소통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정체기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사업 아이디어를 활발히 공유하는 한편 수평적 문화를 토대로 기업 성장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공개한 소통경영 방안의 일환으로 사내 아이디어 플랫폼 엠필즈(M.Fields)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초부터 모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미래차 분야 선행연구 소재로 발굴하려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밖에 지난해부터 사내 익명 소통채널 디톡스 운영, 복장 자율화, 임직원 소통 행사 붐업 이벤트 등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