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후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이 안팎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직원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 오너일가를 둘러싼 정치권 압박 등 잡음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잡음이 신규 인수자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해고 두고 노사 입장차 안 줄어… 갈등 분수령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회사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 한 것을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사측이 무급 순환휴직 등의 제안을 검토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노조가 먼저 무급휴직에 반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날 오후 늦은 시각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설명자료를 내고 “회사는 지난 7월 무급휴직을 추진했으나 박이삼 노조위원장이 추후 이스타항공이 끝내 파산할 경우 체당금에 손해를 본다며 무급휴직 수용 불가 이유를 제시하며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이후 전 직원간담회에서 근로자대표와 직원들도 같은 이유로 반대해 결국 사측은 무급휴직 추진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 대표는 “노조와 근로자대표의 무급휴직 거부 이후 최후의 생존방안으로 재매각을 추진했다”며 “인수 의향을 보인 측에서 비용감축을 위한 ‘선 인력조정 요구’에 따라 조종사노조가 참여한 근로자대표회의에서 이번 조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조정 추진계획은 노조위원장도 참여한 근로자대표회의에서 수차례 논의 끝에 정리해고 기준안을 합의하는 등 고통스럽고 힘겨웠지만 나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됐다”며 “노조의 근거없는 비방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회사의 정상화에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즉, 최종구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는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직원들의 무급휴직 반대에 따른 것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개별 통보한 바 있다. 지난달 말 희망퇴직을 신청한 98명을 포함하면, 7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정비사 등 국내선 항공기 6대를 관리할 필수인력 500여명만 남게 되면서, 지난 3월 운항 중단 당시 1600명을 웃돌았던 이스타항공의 임직원 수는 5개월 여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조종사 노조는 지난 8일과 9일 청와대와 전북도청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회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받지 못한 체불 임금 일부를 포기하고 무급 순환휴직을 제안하는 등 회사에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한목소리 질타… 재매각 성사 여부 영향 줄까

양측의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압박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로, 현재는 경영전반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다만, 노조와 정치권 등은 이 의원의 가족들이 회사 내 요직에 있었던데다 이 의원이 회사 경영에 적극 관여했다며 실소유주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 이상직 의원의 책임을 묻는 질의에 “이스타항공이 가진 지배구조 문제와 M&A를 결정 후 처신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토부는 이스타항공 CEO 등을 통해 수차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얘기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날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지난 7일부로 601명이 정리해고를 통보받는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졌다”며 “우리 당 국회의원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였던 만큼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날에는 국민의힘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이 의원을 횡령·배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으며, 그보다 앞선 9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국회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오너인 이 의원이 파산 위기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과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사재출연 등으로 적극적으로 노동자 일자리 위기에 책임을 지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에 또 하나의 부담이 늘어난 모양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서 새 주인 찾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강도 자구책을 내놔야만 정부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말 우선협상 인수 기업을 선정해 10월 중 M&A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본잠식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물론 각종 논란으로 삐거덕리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권 취소대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고객과 카드사들로부터 집단소송과 법적 절차 등 압박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황이 이쯤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새주인 찾기가 예상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이 가진 운수권 등은 매력적일 수 있지만 어마어마하게 투입돼야 하는 추가자금은 물론 각종 구설수까지 감당할 인수자가 있겠냐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기업 상당수가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하는 상황인데 쉽사리 이스타항공을 사들이겠다는 기업이 있겠느냐”며 “업황 회복 시점도 예상키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자금 투입은 물론 각종 구설수로 인한 법적 공방까지 책임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수로 보일 정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