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홈플러스의 내부 갈등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안산점, 대전 탄방점에 이어 대전 둔산점의 폐점 매각이 결정된 가운데, 노동조합 측은 부동산 투기를 멈추고 고용 안정을 보장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노조는 임단협 갈등과 폐점 매각으로 수차례 파업에 나섰으나 좀처럼 사측과 관계를 좁히지 못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이하 노조)는 홈플러스의 안산점과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매각이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부동산 투기놀음이라며 반발했다. 당장 유통업계 불황 등으로 현금이 필요하다면 MBK가 앞서 해온 것처럼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택하면 되는데, 알짜 매장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폐점 매각에 따른 노조의 가장 큰 우려는 대량 실업 사태다. 사측은 잇따른 폐점 매각에 있어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노조는 강제 전환배치와 부서 통합운영 등을 실시하면서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는 이번 폐점매각이 확정된 홈플러스 대전둔산점 앞에서 경고 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폐점매각은 대량실업을 양산하고 실업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그동안 직원은 4500여 명이 감축됐다. 강제전환배치와 부서통합운영을 실시해 퇴사를 부추기고 있다. 사실상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것이고 강도 높은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같은 내용을 각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 막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정책에 힘쓰고 있는 만큼, 생존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당장 투기 자본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홈플러스를 담보로 투기 놀음을 벌이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를 첫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 여당, 지자체는 MBK 부동산 투기 규제, 고용 안정 보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실제 첫 폐점 매각 수순이 예정됐던 홈플러스 안산점의 경우 안산시가 나서면서 매각 철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달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부동산투기를 규제하는 '안산시 도시계획 조례 부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해 이달 8일 시의회 상임의를 통과했다. 노조 측은 이달 1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폐점 매각이 예정된 대전의 2개 점포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대전 지역 노조 지회를 투쟁위원회로 전환하고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시민대책위를 꾸릴 예정이다.

홈플러스, 경영위기 노사갈등까지... 돌파구 찾아야 

이 같은 노조의 움직임에 홈플러스 측은 속이 타들어간다. 폐점매각은 경영 악화에 따른 위기 극복 방안이며,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충분히 강조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회사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함께 하겠다는 고용안정 보장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노조 측에서 오히려 ‘대량실업을 양산한다’고 주장하며 직원들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직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가 자산유동화에 나서는 이유는 잇따른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현금 확보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7%, 38.9% 감소한 7조3002억 원, 1602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 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신용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종전 A2에서 A2-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27일 홈플러스의 CP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홈플러스의 위기는 유통업계의 판도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데다,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 등으로 더 악화됐다. 사실상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닌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위기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도 폐점매각 수순은 극약처방인 셈이다.

홈플러스는 안산점, 대전탄방점, 대전둔산점 매각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동성 확보와 올라인(All-line) 유통업체로 전환하기 위한 자금 상황에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다만 뒤늦게 뛰어든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영 위기에 노사 갈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홈플러스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