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누스 페이스 전극'을 적용한 연신성 아연-은 이차 전지. 출처=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IT 기술을 몸에 입는 시대다. 통화와 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한 스마트 워치부터 운동량과 심박 수를 측정해 주는 바이오 센서, 약물이나 호르몬을 조절해 주는 스마트 패치, 정보 통신 및 헬스 케어를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 등까지 다양한 기능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옷과 액세서리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처럼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들도 아직 모든 신체 움직임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때로 예상치 못한 동작에 불안정해지며, 무엇보다 변형 상황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배터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신체 동작에도 화재·폭발 위험이 없고, 변형된 형태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와 눈길이 쏠린다.

10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 따르면, 박수진 포스텍 화학과 교수·송우진 충남대학교 유기재료공학과 교수·이상엽 포스텍 박사 과정 연구원 연구팀·송현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황치현 유니스트 박사 연구팀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200번 늘이고 줄여도 끄떡없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수계 전해질을 기반으로 하는 아연-은 전지는 출력·에너지 밀도·안전성 등이 우수해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 소자로 사용되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연-은 전지를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축성을 높여야 한다.

이에 연구팀은 하나의 전극에 양극과 음극이 공존하는 '야누스 페이스 전극'을 아연-은 전지에 접목해 연신성을 구현했다. 해당 전극의 이름은 로마 신화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으로 나오는 '야누스'에 착안해 지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야누스 페이스 전극은 2배로 늘이는 조건 하에 연신·수축 과정을 200회 반복한 실험에서 우수한 수준의 전기 전도도를 나타냈으며, 충전과 방전을 200회 거듭한 상황에서도 초기 용량의 90%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연신성 아연-은 배터리는 높은 안정성은 물론 향상된 전기화학적 성능을 구현한다"며 "배터리 분야 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될 경우 '입는 컴퓨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