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최근 미국 대형 기술주(株) 폭락 등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성장주 비중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닷컴버블과 지난 4월 유가충격 재현 우려에 투자심리 위축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익률 차별화가 나타나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 증시, 11월까지 조정 받을 수도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 하락해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또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또한 같은 흐름을 보였다.

지난 9일에는 상승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기술적 투매가 진정됐다는 시각은 성장주에서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이 해소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을 비롯한 대형 IT 기업 및 테슬라 등 그간 주가 상승을 견인한 성장주는 강세장 재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기술적 반등 시각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대형 기술주 등 개별 기업과 경기 회복 기대, 백신 임상 보류, 미·중 마찰 등이 영향을 보였다"라며 "나스닥이 테슬라 등 일부 기업들에 대한 매물이 출회되며 급락하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는데 새로운 내용보다는 기술적인 반등이 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는 올 11월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증시는 과거 상승 구간 대비 짧은 기간 동안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증시는 구간 내 저점을 기준으로 누적 수익률이 50~60%를 돌파하기까지 평균 2~3년, 40%를 돌파하기까지 1년 내외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3월 저점에서 60%를 돌파하기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성장 주도주 중심의 쏠림 현상도 변동성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닷컴버블·유가충격 기억에 따른 공포 ↑ 

이에 투자자들은 1999년~2000년 경험했던 닷컴버블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인터넷과 관련 기업의 성장으로 기술주들이 모여있는 나스닥지수는 5개월 만에 87.8% 급등했다. 2000년 닷컴버블의 종착점은 나스닥지수가 고점을 경신한 3월 10일로, 이후 25거래일 연속 하락해 그동안 상승분의 30%가량을 반납했다.

다만 닷컴버블의 원인은 증시 전반의 상승이 아닌 특정 부문으로의 무분별한 쏠림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미국 증시는 닷컴버블보다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예신 연구원은 “애플과 아마존은 2000년 닷컴버블 후 약 2년의 기간을 제외하고 지수 대비 과거 추세선과의 괴리율 하단이 -30% 내외에서 형성됐다”라며 “주도주 등극 과정에서 동 기준선은 빠른 가격 복원이 가능한 구간이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은 국제유가다. 지난 8일 증시 약세와 함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도 7.6% 하락하면서 4월 이후 일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는 각국의 통화, 재정 정책에 힘입어 코로나19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그루나 여전히 수요 회복과 추가 회복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는 투자심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요인은 원유 수요 둔화 가능성이다. 특히 가장 빠른 경제 회복 속도를 보인다고 평가받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감소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과 같은 마이너스 유가가 나타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OPEC+의 감산이 지속돼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 4월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코로나19가 진정된다면 원유 수요의 회복 속도는 더디더라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조기 개발 관련 불확실성과 미·중 갈등,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의 교착 상태 등 변수가 많아,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 많은 시장…"이럴 때일수록 성장주 잡아야"

지난 9일 영국의 스트라제네카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대상자 중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부작용 환자가 발생해 시험을 잠정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이 대만을 방문하는 미국 관료나 대만과 연계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재점화 조짐을 보이는 미중 갈등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또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의 영향으로 박스권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IT 기업 등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예신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에서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라며 “이후에도 한국은행의 5조원 규모 국고채 매입 등 통화 및 재정 정책 공조,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동성 공급 등 지수 상승에 우호적 환경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수혜주 중 그동안 부진했던 IT, 반도체 업종의 수익률 개선세가 뚜렷하다”라며 “특히 반도체의 경우 전주 대비 목표주가 변화율이 4%p 개선돼 긍정적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수의 박스권 흐름 속에 해당 업종 및 종목에 관한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씨티 경제 서프라이즈 인덱스(ESI)는 8월 중순 이후 둔화하며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자극하고 있고 경기부양책도 그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라며 "9월 한 달은 미국 증시에 녹록지 않은 투자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문남중 연구원은 “이럴 때일수록 성장주 비중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라며 “닷컴버블 당시에도 조정 이후 나스닥지수가 미국 증시를 견인했고, 포스트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성장주가 계속 각광받는 환경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