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아시아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반년째 중동 실적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에게 있어서 큰 손이었던 중동 발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지연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의 전파 속도가 늦춰지고, 유가가 진정되면서 수주 역시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며 '잭팟'을 터트렸던 상반기 실적을 상회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연됐던 입찰이 올해 연말 풀리고, 내년 예고된 국내외 경기 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그나마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수주, 아시아로 버텼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두달 동안 감소했던 해외 수주 실적이 소폭 회복됐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수주액은 10억4116만 달러(한화 약1조236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억 달러 아래로 내려섰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59.2% 상승한 수치다. 연간 해외실적이 22억 달러(약 2조1065억원)에 그치며 부진했던 지난해 동기보단 180% 증가했다.

이는 아시아 수주가 버팀목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주액의 절반 이상은 아시아에서 발생한 반면, 중동 수주는 23%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4월부터 8월까지로 보면 해외 수주액 13억9409만 달러(약 1조6555억원) 가운데 아시아 비중은 53% 수준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 코로나19 사태가 비교적 빠르게 진정된 국가의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국내 주요 건설사 중에선 대우건설이 지난 5월 17만4100만 달러(한화 약 2조669억원) 규모의 나이지리아 LNG 액화 플랜트 사업의 원천 본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건설은 7월 필리핀 교통부가 발주한 2억9000만 달러 규모의 필리핀 남북철도 차량지기 건설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롯데그룹을 기반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건설도 2억 달러가 넘는 신축 호텔 공사를 수주하고, 롯데몰 하노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중동에선 신규 수주 낭보가 뜸해 올해 초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지난 1~2월 중동 수주액은 57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체 수주액을 150억1268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에서 약 33만 달러(한화 약 4조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등 '잭팟'이 터져 기대감을 키워 나갔다. 

이후 코로나19 충격이 불어 닥치면서 3월 9억4567만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4월부터 8월까지 해외 수주액 가운데 중동의 비중은 21%(13억9409만 달러)로 급감한 상황이다.

▲ 출처=이코노믹 리뷰(DB)
지연 발주 풀리는 하반기, 수주 전망치 300억 달러 넘어설까

해외수주 실적이 당초 전망치인 300억 달러를 넘어서기란 요원해진 셈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1~2월 수주고를 올린 상반기보다 하반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해외건설 수주 전망치를 290억 달러에서 270억 달러로 하향했다.

중동 발주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국제 유가도 올해 큰 낙폭을 겪는 중이다. 중동 산유국의 재정균형을 위한 평균 유가는 76달러 선인데, 지난 4월에는 수요 감소와 석유 증산으로 유가가 마이너스로 내려앉기도 했다. 다만 현재 북미 갈등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40달러 선 안팎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내년 글로벌 경기 부양책이 예고된 가운데,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말로 지연됐던 중동 수주들도 발주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이달 중순 상업입찰 예정인 카타르의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 관련 온쇼오 EPC공사(약 200억 달러 규모)와 11월 진행될 아랍에미레이트의 하일앤가샤 플로젝트(약 150억 달러 규모) 등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문제이긴 하지만, 해외 건설은 국내 정부가 펀드(금융지원 정책)도 조성하고, 유가도 하반기로 갈수록 조금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면서 "중동에서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도 보고, 아시아 쪽도 금년에 정체되거나 발주가 늘어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강정화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해 석유화학 등 플랜트 발주 등은 감소되는데 반해 스마트 시티, 전기차, 신재생 등 친환경 인프라 시장은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사업전략 마련 필요하다"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되고 2020년 지연된 프로젝트가 다시 발주되며, 2021년 글로벌 해외건설 시장은 5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큰 폭 성장도 가능할 전망"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