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만 한다> 애덤 데이비드슨 지음, 정미나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20세기 핵심 시장에서 승자는 가장 독창적 상품을 내놓는 기업이 아니었다. 표준화된 상품을 만들어낼 최고의 제조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었다. 기업은 제품을 반복 생산하면서 차츰 문젯거리를 해결하고 생산과정을 능률화 한다. 부대비용을 없애며 숙련된 노동력도 육성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생산 물량에 비례해 생산 단가가 낮아진다. 이것이 20세기 경제 논리인 ‘경험곡선(experience curve)’이다.

생산 단가가 떨어지면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으므로 가격경쟁력이 커져 많이 팔 수가 있다. 상품당 마진은 줄겠지만 매출과 이익의 총합은 증가한다. 20세기 성공법칙인 ‘박리다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금은 뉴 노멀시대다. 사업의 성공 법칙도 달라진 게 아닐까? 저자는 해답을 찾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며 수백 개 기업을 취재했다. MIT부터 구글 연구소까지 찾아가 방대한 자료를 뒤졌다. 조사 결과 20세기 성공 법칙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한 무리의 낯선 기업들을 발견했다.

이들 기업 경영자는 모두 평범했다. 비상한 두뇌를 가진 천재나 명문대를 나온 수재들이 아니었다.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이나 특별한 기술은 없었다. 사업 아이템이라고 해봐야 아이스크림, 초콜릿 바, 연필 등 흔하디 흔한 것이었다. 이들이 진출한 시장은 이미 거대 자본의 대기업들이 포진한 레드오션이었다.

이들은 과거 방식의 성공법은 따르지 않았다. ‘규격품 경제’가 붕괴되고, 기술 발달과 무역 증대로 ‘열정 경제(passion economy)’가 탄생한 상황에 서핑하듯 올라탔다. 자기만의 강점은 무엇이며 자기 상품을 원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새롭게 정의내린 뒤 자기만의 독창적 상품과 서비스를 높게 평가해줄 고객을 ‘전 세계에서’ 찾아냈다. 인터넷 덕분에 가능했다. 고객이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든 개의치 않고 ‘지구 끝까지’ 배송해줬다. 무역 증대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들은 시장을 장악해갔다.

저자는 뉴 노멀 시대의 성공 법칙을 구현한 기업가 12명을 추려냈다. 책에는 사업 아이디어 찾는 법, 타깃 설정과 가격 매기기, 판매 루트 찾기 등 유용한 조언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경영서로서도 뛰어나지만 서술 방식이 독특하다. 발로 뛰고 자료 더미에서 밤을 지샌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읽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려워서가 아니다. 꽉 눌러 담은 배스킨라빈스 파인트처럼 읽을거리가 그득한 때문이다.

방직공장 ‘글렌 레이븐’의 극적인 회생을 다룬 대목은 1880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외진 곳 벌링턴에 공장을 세운 청년 보스만의 일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 이후 20세기를 온 몸으로 겪어낸 한 방직 공장의 역사를 훑으면서 저자는 ‘20세기 성공법칙’과 비교 설명한다.

‘그곳에서는 말이 끄는 첫 마차가 들어오는 오전 6시 직전에 업무가 시작된다. 밖은 아직 칠흑같은 어두운 시각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근처의 농부들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랜턴을 들고 젖소의 우유를 짜고 말에게 먹이를 주러 축사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하이오주 달톤의 농촌지대에 있는 ‘파이오니어 이큅먼트’를 소개하는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위트니스>(1986년)를 연상케 한다. 파이오니어 이큅먼트는 돌이 많은 토지를 일궈야 하는 아미시 사람들을 위해 말이 끄는 19세기 농기구 쟁기에 노르웨이의 트랙터용 쟁기 제조사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성공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문제 해결과 고객 만족이다.

이외에도 운동기구 없이 몸관리를 해본 교도소 출신들로만 트레이너를 채운 뉴욕의 헬스클럽 ‘콘바디’, 젖병용 브러시를 팔다가 도산 직전에 NASA의 화성탐사용 브러시와 원자력발전소 청소용 브러시 등 전문적 브러시를 생산하게 된 롱아일랜드 ‘브라운 브러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해 단숨에 뉴욕 명소가 된 '모겐스턴', ‘허쉬’도 포기한 100% 유기농 초콜릿 바를 만들어 대형 유통 체인에 공급하는 ‘오초 캔디’ 등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