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대형 SUV GV80. 현대자동차그룹의 세 완성차 브랜드는 디젤 차량 라인업을 소비자 수요에 따라 꾸준히 개편해나가고 있다. 출처= 제네시스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 업체 3사가 소비자 니즈를 고려해 경유(디젤)를 연료로 작동하는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디젤 엔진이 배기가스를 비교적 많이 배출함에 따라 친환경차 추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전하지만,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10일 업계를 취재한 결과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내 완성차 3사가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판매한 차량 100대 가운데 15대는 디젤 엔진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자동차통계월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 3사의 해당 기간 디젤 차량 판매량은 9만7038대로 같은 기간 승용·승합차 총 판매실적 65만5630대 가운데 14.8%를 차지했다.

차종별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크고 고가인 고급차량이거나 세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일수록 디젤 모델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디젤 모델 비중은 24.9%로 현대차(15.0%), 기아차(13.4%) 등 일반차 브랜드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제네시스가 판매한 차량 가운데 대형 SUV GV80의 디젤 판매 비중이 40.1%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2.2ℓ(63.8%), 쏘렌토 2.0ℓ(59.1%) 등 브랜드별 주요 SUV 모델의 디젤 판매 비중도 절반을 넘었다.

다만 3사의 디젤 차량 라인업이나 실적은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디젤 엔진이 연료 특성상 휘발유(가솔린) 엔진보다 구동 중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함에 따라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문제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5년 전인 2015년 1~7월 3사의 디젤차 판매실적은 제네시스 0대, 현대차 9만9957대, 기아차 11만6100대 등 총 21만6057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사의 승용·승합차 판매실적 51만9207대 가운데 41.6% 비중을 나타냈다. 3사가 5년 간 전체 실적을 늘린 동시에 디젤 차량 비중을 줄인 점은 친환경적 목표를 일부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완성차 3사가 올해 1~7월 기준 판매한 디젤 모델 수는 제네시스 3종, 현대차 6종, 기아차 9종 등 18종으로 나타났다. 5년 전 같은 기간 제네시스 0종, 현대차 13종, 기아차 10종씩 23종이 판매되던 것에 비해 줄어들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환경부의 배출가스 규제에 부응하고 친환경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 디젤 차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친환경성만 고려해 디젤 차량을 완전히 라인업에서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디젤 엔진의 고유 장점이 여전히 차량 수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은 엔진 내 실린더에 물방울 형태로 투입된 다음, 공간을 좁히는 피스톤의 왕복 운동에 의해 압축돼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폭발함으로써 발생한 힘으로 차량을 움직인다.

점화플러그의 불꽃(스파크)에 의해 폭발해 엔진을 돌리는 가솔린보다 더욱 강력한 힘(토크)을 구현할 수 있다. 또 디젤은 화학적 구조와 이에 따라 적은 양으로 많은 힘을 내기 때문에 가솔린 대비 높은 연료 효율을 나타낸다. 디젤 엔진은 이에 따라 험로를 운행하거나 많은 수의 탑승자, 화물 등을 운송하는 SUV나 크고 무거워 움직이는데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차량에 주로 탑재된다.

디젤은 산업 현장에 많이 쓰이는 등 이유로 국내 현행법상 가솔린보다 적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차량 유지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점은 소비자의 구매를 유인하는 주 요소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차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이 올해 들어 본격화함에 따라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의 배출 주범인 경유차를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완성차 업체에겐 차량 라인업을 재편해야 할 계기를 제공하는 현상이다.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를 근거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경유차 운행량 감축을 위한 디젤가 인상을 제안했다. 휘발유·경유 등 유류별 가격 비중을 현재 100:85에서 100:93, 100:120 등으로 조정할 경우 경유 소비량이 기존 대비 1.9~13.2% 수준의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 추세에 발맞춰 디젤 엔진 라인업을 개편해나가는데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요한 현대차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HMG저널에 투고한 칼럼을 통해 “디젤엔진 규제가 강화함에 따라 디젤엔진의 미래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클린 디젤 등 신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면 디젤 엔진이 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장치로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