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10일 서울 영등포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박창민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 2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재 ESG전문가 없는 이사진의 'ESG위원회' 운영은 '앙코 없는 찐빵'이라는 게 조합 측의 논리이자 후보 추천이유다. 조합 측은 ESG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함으로써 ESG경영 활성화와 책임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조합 측은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소수주주 권리 행사의 일환일 뿐,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늬만 ESG위원회' 바뀌어야"…ESG전문가 사외이사 추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SG 전문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KB금융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은 "윤순진 후보가 ESG 가운데 '환경' 중심의 전문가라면, 휴영재 후보는 '사회적 책임' 부문에 전문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류 조합장은 사외이사 추천 배경으로 최근 신설된 ESG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을 꼽았다. 

KB금융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당장의 수익보단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 토대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위원회다. ESG위원회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전원(9명)이 참여한다.

류 조합장은 "KB금융 이사회 사외이사는 금융경영 2명, 재무 1명, 회계 1명, 법률·규제 1명, 리스크관리 1명, 소비자보호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으나, 소비자보호 이사 1명조차 검찰출신 법률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ESG위원회를 신설했으나, 정작 이사회에 ESG 전문가는 없다는 의미다. 

류 조합장은 "이러한 이사회 구성을 두고 KB금융 이사회가 시늉내기용 '무늬만 ESG위원회'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라면서 "ESG위원회의 실직적인 운영과 ESG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책임 이행 노력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보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이 10일 서울 영등포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제안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주주제안권으로 추천…KB금융, 예비후보 추천제도로 입맛대로 후보 추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KB금융이 정비해 놓은 '사외이사 예비 후보 추천 제도'가 아닌 소수주주권 방식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이유도 밝혔다. 예비후보 추천제도가 사외이사를 사측 입맛대로 취사 선택하는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1주 이상 가진 주주 누구라도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할 수 있으며, KB금융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이들 후보에 대해 검증을 진행해 사외이사로 추천하도록 한 제도다.

반면 주주제안권은 6개월 전부터 계속해 금융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만분의 10(0.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상법상 정해 놓은 소수주주 권리 행사의 특례조항이다. 

류 조합장은 "KB금융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사외이사 예비 후보 추천 제도를 거치지 않은 사외이사 추천을 부정하고 있다"라면서 "사외이사 예비 후보 추전 제도가 현행법을 무력화하게 만드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주들의 역할을 배제하는 장치로 오남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또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특정 후보를 추천한 이유와 탈락시킨 기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 점은 추후에 인선자문단 운영 등으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일 KB금융 우리사주조합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노조추천이사제와 선 긋기…"노조와 상관없이 진행하는 소소주주권 행사"

조합은 이번 사외이사 추천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류 조합장은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소수주주권을 행사한 것"이라면서 "이는 노조와 상관없이 추진하는 주주제안"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 같은 류 조합장의 발언은 이사회에 노조 측 입김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으로 ESG전문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진전성이 희석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노조가 노동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추천하고 사측이 해당 인물을 이사로 선임해 회사 경영에 참여토록 제도를 말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이 이사로 선임되는 제도를 뜻한다.

금융권에서 이번에 조합이 추천한 두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회 임명되면서 이번 사외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금융권 노조 전반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행보를 강화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는 윤종규 회장 연임과 맞물려 윤 회장과 새 사외이사들간 '불편한 동행'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박홍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KB금융이 ESG경영을 기업이미지 포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ESG전문가가 이사진에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합은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위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 주주 설득은 물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도 적극적인 설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조)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하승수 변호사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안건분석기관들의 찬성 의견에도 외국인 주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ISS 등 외국계 안건분석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과반 찬성 의결을 얻어 내진 못했다는 게 조합 측의 분석이다.

류 조합장은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은 KB금융, 나아가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투명한 지배구조, 공정한 조직운영, 사회적 책임 이행, 경제 민주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외국인 주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