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빚투'(빚내서 투자) 등 가계 대출 열풍이 불면서 보험사들이 일명 '불황형대출'이라고 불리는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을 내세워 대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계약 환급금을 담보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부실 위험은 물론 보유 부채를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제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대출이 연체되더라도 신용도가 하락하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대출을 보다 쉽게 신청 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9일 편의점이나 지하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보험계약대출로 실물 카드 없이도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이나 ARS를 통해 일회용 비밀번호만 발급 받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하나생명도 이날 고객의 대출 현황 등을 한 눈에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개인형 맞춤형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 서비스는 보험계약대출 정보와 추가 대출이 가능한 금액을 안내하고, 대출 이자를 비교해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준다.

현대해상은 최근 AI음성으로 보험계약대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 지정대리인 과제로 선정된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했다. 앞서 현대해상은 카카오톡 채팅으로 보험계약대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 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 8월 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삼성생명·DGB생명·푸르덴셜생명·한화손해보험·삼성화재 등이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올 초 보다 인하했다. 통상 보험계약대출은 예정이율인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구조로 이뤄져있다.

생보사 중 가산금리 인하폭이 가장 컸던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8월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는 1.79%로 올 초 2.27 대비 0.48%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가산금리는 1.98%로 0.47%포인트 감소했다. 푸르덴셜생명과 DGB생명도 각각 가산금리를 0.01%포인트씩 인하했다.

손보사에선 삼성화재가 가산금리를 가장 많이 인하했다. 삼성화재의 지난 7월 가산금리는 1.50%로 올 초 1.79%대비 0.29%포인트 줄었다. 이 기간 한화손해보험의 가산금리는 1.50으로 0.02%포인트 감소했다.

보험계약대출, 보험사에 어떤 효과?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50~95%)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주로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객들이 이용하는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대출이 연체되더라도 신용도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보험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물론 부동산과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대출 대란이 일어나자 보험계약대출을 앞세워 대출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포화된 보험시장 속 보장성 보험 판매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의 해지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흔히 떼먹힐 일이 없는 대출금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들 입장에선 대출금 연체 등으로 인한 부실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사 자본 건전성을 증진시키는 방안으로도 활용된다. 보험계약대출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보험사 보유 부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부채가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뀌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둔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보험계약대출 모객을 위한 보험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 등의 대출금리가 떨어지면서 보험계약대출을 고려하는 고객들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6월 보험사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1조5684억원으로 올 초 대비 2.25% 감소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활용하면 유용하다"며 "다만 2금융권 대출상품인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 장기간 이자가 미납되면 해지환급금보다 대출원리금이 높아져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