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으나, 화웨이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인 수치로 다른 사업자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 주도의 강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유럽에서 여전히 화웨이 통신장비를 차용하는 등, 치열한 전투의 행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10일 시장조사업체 델오르에 따르면 웨이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통신 장비 시장에서 3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1위 자리를 더욱 견고히 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28%  점유율보다 3%p 증가한 것이다. 

노키아는 14%의 시장점유율로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점유율이 2%p 하락했다. 3위는 지난해와 같이 14%의 점유율을 기록한 에릭슨이 차지했으며, ZTE는 지난해 9%보다 2%p 오른 11%의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5위는 시스코(6%), 6위와 7위는 시에나와 삼성전자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통신 장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컸으나, 중국을 중심으로 하반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5%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델오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히 높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지만 2분기의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유지되면서 올해 전체 통신 장비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동력은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화웨이 주도의 시장 성장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으나 통신장비 시장에서 여전히 화웨이의 저력이 상당하다는 분석하고 있다.

당장 유럽도 일부 화웨이의 손을 잡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중국 화웨이와 협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이후 "프랑스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8월 11일부터 15일간 체코,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동유럽 우방국들을 연이어 방문하며 화웨이 제재에 참여를 호소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텔레콤은 지난 8월 13일(현지시간) 5G 장비사의 다각화, 즉 멀티 벤더 전략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도이치텔레콤 CEO 팀 회트게스는 정책 입안자들이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장비 공급사에 대한 선제적 금지 조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팀 회트게스 CEO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정치 논리와 관계없이 도이치텔레콤은 하나의 벤더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며 멀티 벤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포르투갈 정부는 친 화웨이 행보를 걷고 있으며 그리스와 룩셈부르크 정부는 관련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과 이통사들은 그들의 5G 망 구축에 화웨이를 참여시키고 있다. 아직 많은 유럽국가들이 화웨이와 행보를 함께하는 셈이다.

다만 15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반도체 수급 측면에서 거세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반도체 압박과 통신장비 시장의 흐름은 커플링되는 것이 아니지만, 일정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