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무라 교수(왼쪽 두번째)가 하자센터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후지무라 야스유키(Fujimura Yasuyuki) 일본 니혼대학교 교수를 만난 것은 지난 4월27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센터(www.haja.net)에서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1300여개의 제품을 발명한 일본 최고의 발명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일본의 에디슨’으로 통하기도 하는 그에게서 착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는 ‘3만엔 비즈니스’에 대해서 들어봤다.

“일본 열도를 돌아다니는 자동차가 8000만대 가량 됩니다.” 한 달에 30만원을 벌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대뜸 이렇게 얘기했다. 후지무라 야스유키(Fujimura Yasuyuki) 일본 니혼대학교 교수 얘기다. 그는 국내에서 ‘플러그를 뽑으면 아름답다’를 저술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26일 한국을 방문했다. 하자센터에서 개최한 ‘자공공(自共公)포럼-지역, 청년을 만나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를 만나기 위해 4월27일 포럼 마지막 행사가 끝난 저녁 6시이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천식을 앓는 딸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면서 발명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소문처럼 그는 인터뷰 내내 따뜻한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좋은 비즈니스란 착한 사람, 다시 말해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것을 그는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착한 비즈니스를 강조하는 그의 눈에 비친 사업 아이디어는 생각대로 우리 생활 주변에 널려 있었다. “모든 차에는 배터리가 필요한 데 2년마다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해마다 일본에서만 4000만대의 배터리가 버려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버려지는 배터리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하거나, 중국을 통해 아프리카로 재수출된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가보면 이렇게 재수출돼 버려지는 배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폐전지들이 플라스틱과 환경에 유해한 납과 황산으로 가득차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기자의 궁금증이 조급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서 월 30만원을 어떻게 번다는 거죠?”

“자동차에 사용하는 배터리(납축전지)의 평균 수명은 2~3년 정도입니다. 차주는 보통 10만원 정도를 들여서 새로운 배터리를 구매합니다.” 그제서야 그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컨셉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버려진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사업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충전에 필요한 장비가 문제였다. 장비가 5000만원 정도로 비싼값이다 보니 아무도 재충전 서비스 따위의 비즈니스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50만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한 재충전 장비를 발명했다.

“이 정도면 아프리카에서도 사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 기계를 사용해서 나이지리아의 3개 도시와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비즈니스 모델을 그릴 차례가 됐다. 지방의 기업가가 이 기계를 50만원에 구매한 뒤 주변 이웃이나 친구 400명에게 새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재충전해주겠다고 미리 광고를 하면 된다. 400명중 216명을 고객으로 끌어모으겠다는 목표를 잡고 3년에 한번씩 교체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한 달에 6명, 한번 작업에 5만원으로 월30만원 수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작업은 아주 간단하다. 기기에 배터리를 연결하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한 시간 단위로 상태를 체크하면서 0.5~1일이면 재충전이 완료된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그런 그에게 “월 30만원으로 어떻게 먹고 살란 말입니까?”하고 되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월 30만원짜리 비즈니스를 10가지 하면 됩니다.” 월 300만원의 수입이면 먹고 사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가 현대인들에게 당부한 것은 돈을 적게 쓰면서도 즐겁게 사는 생활을 꿈꾸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여유가 부러웠다. 그 여유가 생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의 지혜를 구해봤다. 역시 쉽게 얘기한다. “좋은 친구들과 지혜를 공유하라”는 것이다. 그런 그의 생각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정리한다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듯 싶다.

“우선 이웃과 사회가 행복한 일을 찾아라. 착한 사람들이 구매할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라. 소비가 적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라. 부업이 아닌 겸업을 해라. 한달에 30만원 넘게 영업이익이 남는 사업은 다른 사람과 이익을 공유해라. 감동적인 상품을 만들어라.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라. 고객을 연결하라. 도매상이나 인터넷을 거치지 않는 면대면(face to face) 사업을 추구해라. 대출을 받지 말아라. 상생을 원하는 친구를 많이 만들어라. 워크숍과 교육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라.”

이런 정도로 압축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것은 ‘카피레프트’ 정신이었다. 내 저작물을 훔쳐가지 말라고 장벽을 쳐서 돈을 버는 사업이 ‘카피라이트’라는 것이다. ‘카피레프트’는 내 아이디어를 훔쳐가 서로 공유하게 하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의 이런 생각은 ‘3만엔 비즈니스’라는 제목으로 오는 9월 국내에 책자로 소개될 예정이다. 그와 1시간여 남짓 이뤄진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헬렌 켈러’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인도한 설리번 선생님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3만엔 비즈니스’는 단순히 창업 노하우가 아닌 한 생명을 구한 교육자의 이미지로 기자의 머릿속에 각인됐던 것이다.

3만엔 비즈니스 모델 이런 것도…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3만엔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그가 추진해온 3만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왕겨단열 비즈니스 : 대부분의 주택 단열재는 유리섬유로 발암성이 강해 제2의 석면이라고 불린다. 왕겨는 본래 훌륭한 단열재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쌀 짓는 농가에서 수확할 때 왕겨를 저장해 놓고, 농한기에 왕겨 판넬을 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업자간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신축 건물 의뢰가 들어오면 기업가는 건축 현장에서 가까운 농가에 연락해 판넬을 발주한다. 이 시스템은 농촌 환경에서나 가능하다. 농가에서는 농한기 부업 정도로 생각하면 일손이 별도로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곡물창고를 이용해 농가 소득 월 3만엔 확보가 가능하다.

유기농 장터 : 웰빙에 관심이 많은 주민이 200명 가량 거주하는 마을에서 유기농 야채 판매를 시작으로 월2회 개최한다. 10개 부스를 설치해 각 부스 당 1500엔 수입이 나오면 월 2회에 딱 3만엔을 벌 수 있다.

빗물 비즈니스 : 빗물로 화장실 물을 내리게 하는 기계. 4인 가족 기준으로 일반 가정에서 화장실 물 값은 한달에 1230엔 정도다. 여기에 하수처리 요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빗물로 화장실 물을 내리게 되면 수도요금도 절약되고, 물도 절약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 장치를 쓰면 10년 동안 16만 엔 정도 수도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장치 가격은 10만 엔이고, 재료비는 7만 엔으로 한 대당 3만 엔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수도요금이 높은 지역, 가족이 많은 가정이라면 고려해 볼만하다. ‘즐거운 절수’ 캠페인과 동시에 진행하면 좋다.

무농약 녹차 자가 재배 비즈니스 : 일본 녹차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차 잎은 부드러워 해충 피해가 크다. 따라서 차 잎에 묻어있는 잔류농약 량도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차밭이 좁으면 해충피해가 덜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자기가 마실 차 양만큼 스스로 재배하는 정도라면 농약 제로가 가능하다. 간편한 온실 세트 및 재배 노하우 제공, 유기비료 등을 원가로 공급한다.

쇼핑대행 서비스 :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에 따르면 ‘쇼핑난민’이 무려 600만 명에 달한다. 쇼핑난민이란 쇼핑하러나가기 불편한 사람들을 말한다. 무려 20명 중 1명이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경트럭 한 대를 구해서 동네를 순회하며 쇼핑난민 10명을 찾아본다. 10명 대상 월 4회, 회당 850엔 대행료를 받으면 기름값 제외 3만엔의 수익이 난다. 단순히 사오라는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부탁하는 사람 입장이 되어 마음이 담긴 쇼핑 대행을 하는 것이 포인트다.

쭦글_ 황석연 교육전문 기자 skyn1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