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K바이오가 진단키트를 필두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까지 적극 뛰어들면서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변방 취급을 받아왔다. 대부분의 토종 제약사들은 해외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기술수출을 통해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등 보조적 역할을 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선진국이 100년 넘게 독식해온 제약 시장의 중앙 진입을 노리고 있다. 발 빠른 진단키트 생산을 통해 글로벌 위상을 높인 제약바이오 업계가 치료제와 백신으로 단역에서 조연으로, 더 나아가 주연까지 입지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바이오, 진단키트 이어 치료제·백신 개발 속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질병 진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가 큰 수혜를 입었다.

대표적인 질병 진단 기업인 씨젠은 올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진단 키트 수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2분기에도 이 회사는 매출액 2748억원과 영업이익 169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부재 속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진단키트가 K바이오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진단키트와 더불어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새롭게 확인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는 물론, 완치자의 혈장과 항체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승인된 임상시험은 치료제 20건, 백신 2건 등 총 22건이다. 이 중 치료제 임상시험 5건이 종료됐다. 종료된 임상은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렘데시비르’ 3건과 옥시크로린정·칼레트라정 1건, 할록신정 1건이다. 렘데시비르를 제외한 나머지 약물에 대한 임상은 치료적 유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따라 중단됐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치료제 15건, 백신 2건 등 총 17건이다. 이 중 제약업체가 진행하는 임상은 12건, 대학병원 등 연구자 임상이 5건이다. 임상 중 7건은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탐색하는 2상 단계에 진입했다. 5건은 약의 부작용 등 안전성을 살피는 1상 단계에 있다.

 

9월 셀트리온·10월 GC녹십자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와 녹십자의 혈장 치료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정부 기관과 협력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조만간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와 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각각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2상과 3상을 심사 중이며 이달 중 코로나19 상업용 항체 치료제의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 검증용 치료제인 만큼 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상업용 시판까지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1차 투여를 끝내고 2/3상 임상시험 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상태다. 식약처의 승인이 떨어지면 빠른 속도로 임상을 진행해 연말에 긴급사용승인 신청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이를 중화시켜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활용한 의약품이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보이는 항체를 선별해 만든다. 특히 완치자의 혈액 수급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양질의 의약품을 대량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GC녹십자와 국립보건원이 공동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도 이르면 오는 10월 상업용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본부장은 “혈장치료제는 지난달 20일 임상 2상에 대한 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6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날 임상시험용 2차 혈장제제 생산을 개시하고, 내달 중순에 제제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치료제는 ‘혈장분획치료제’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대량 수집 후 분획과정 등을 통해 혈장에 포함된 중화항체를 정제·농축한 것이다. 코로나19 완치자로부터 채혈한 회복기 혈장을 그대로 환자에 주입하는 수혈요법인 혈장치료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