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9개여월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깨끗이 손을 씻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면 끝날 줄 알았던 감염병의 공포가 오히려 갈수록 거세지며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직장인은 재택근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손님의 발길이 끊긴 자영업은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를 잠재울 묘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치료제로 부상자 구하고, 백신으로 전투 종결

치료제와 백신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치료제가 전투에서 발생한 부상자를 구출한다면 백신은 전투 자체를 끝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에 걸린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투약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신이라는 지원군이 나타날 때까지 치료제가 최전방에서 코로나19와 맞서 싸워야 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크게 약물 재창출, 혈장 치료제, 항체 치료제, 신약 개발 등으로 나눠진다. 이중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개발 중인 치료제를 코로나19에 적용하는 방식인 ‘약물 재창출'이 개발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으로 감염병 확산 초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첫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약물 재창출 연구가 다른 질병의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에 재활용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효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최근 약물 재창출이 아닌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의 치료와 예방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항체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단일 항체 치료제 개발사는 리제네론, 일라이릴리 등이다. 모두 치료뿐만 아니라 수동면역의 예방 목적으로도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항체치료제 개발에서 임상 진입 단계가 가장 빠른 건 리제네론이다. 이 회사는 치료목적 임상 2·3상과 예방목적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는 ‘벨록이뮨’ 생쥐와 완치된 코로나19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수천 개의 항체 중에서 가장 효과가 큰 2개의 항체를 골라 섞어 만들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달 4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LY-CoV555’ 개발을 위한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경우 연말까지 10만도즈 이상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너도나도 백신 임상 3상 발표

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가 더뎠던 코로나19 백신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미국 화이자, 모더나 등 개발 경쟁에서 선두권에 위치한 제약사들이 9~10월 중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예고했다. 임상 3상은 의약품의 안정성과 효능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이를 통과하면 바로 상용화에 진입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은 1~2상보다 긴 기간에 걸쳐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을 추적 관찰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한층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기간의 투약을 통해 유의미한 코로나19 면역 형성이 확인되면 곧바로 FDA 심사와 제조 단계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일부 제약사는 빠른 임상 진행에 대비해 벌써부터 백신 생산라인을 정비하며 물량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 코로나19 주요 백신 개발 현황. 출처=키움증권

미국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텍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3상 결과를 오는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화이자의 백신 후보물질은 미국 정부의 개발비 지원을 받아 최종 3상을 진행하고 있는 3가지 후보 중 하나다. 화이자는 지난 7월 미국 39개주(州)를 포함해 전 세계 120곳에서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을 시작했다. 참가자 수는 최대 3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모더나도 이르면 내달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모더나에 투자한 금액은 총 25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중순부터 3만여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중간 결과 발표에 따라 긴급사용승인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영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 참가자 1명에게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도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갑작스러운 임상 중단과 달리 다른 경쟁사들은 계획대로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감염병 확산을 막아줄 해결책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