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한 인천공항제1여객터미널. 사진=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점 사업자 재입찰이 시작됐다. 인천공항공사는 매출연동 임대료, 10년 사업 보장 등 역대급 조건을 제시하며 입점업체 맞이에 나서고 있지만 각 기업들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28일 공고한 제1터미널 면세 사업자 신청 기한을 기존 9월14일에서 오는 21일로 연기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해당 매장은 지난 2월 유찰이 결정된 6개구역 33개 매장. 알짜 매장으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비싼 임대료 문제로 기업들이 입찰하지 않았다. 

구역별로 보면 DF2(향수, 화장품) 구역은 참여 기업이 없었고, DF3과 DF4구역(주류, 담배) 매장은 우선협상대상자(신라, 롯데)가 계약을 포기했다. DF6(패션, 기타)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 1곳만 입찰에 참가하며, 입찰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DF8, DF9(전품목) 구역도 낙찰됐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6일 T1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재입찰 공고에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은 바 있다. 최저 입찰 가격을 30% 낮췄고, 매출연동 임대료, 10년간 사업권 유지(5+5년)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전체 구역 10곳 중 6곳이 재입찰 대상인 만큼 공실 우려를 줄이고자 면세점 업계의 요구를 대폭 들어줬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이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업계는 공항면세점 사업권 임찰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국제선 여객이 급감하면서 관광객 수 회복 시점을 예측할 수 없게 됐고, 코로나19 속에서 매장 운영 적자 감수 시기를 잘못 예측할 경우 큰 손해를 안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입찰 조건이 완화되면서 재입찰 조건이 매력적으로 변한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고,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셈법도 복잡해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는 공항면세점의 비싼 임대료 걱정이 컸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고민할 요소가 많아졌다"라고 전했다.

▲ 한산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진=이코노믹리뷰 DB

하반기도 부진 예상…공격적 출점 자제할 듯

면세점 '빅3'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수백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735억원의 적자를 냈고, 업계 2위 신라면세점도 9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 적자는 694억원에 달한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 이에 업계는 재고자산을 큰 폭으로 줄이는 등 고정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 등 빅3 면세점의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은 3조2426억원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재고자산 3조7287억원 대비 5000억원 가량 적은 양이다. 기업별 재고는 롯데면세점 1조4527억원, 신라면세점 9201억원, 신세계면세점 779억원이다. 

또한 오는 10월 면세점 한시적 규제완화 조치가 종료되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가 밝힌 '제3자 반출' '재고 면세품 내국 일반 판매 허용' 등의 특혜는 오는 10월 말 종료되서다. 출입국 여행객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고 면세제품 판로도 막힌다면 업체들의 부담은 보다 커질 수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모든 면세점 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면세점 운영권 입찰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영업 정상화 시점을 예측할 수 없기에 이에 대한 고민도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