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가 갖은 고초를 당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강화로 실적은 펄펄 날았으나, 쏟아지는 규제와 외부의 압박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 출처=각 사

넷플릭스법에 구글 스토어 논란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8일 입법 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소위 넷플릭스법이 국내 ICT 업계를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추구하기 위해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일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담지우는 시행령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일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인 CP(콘텐츠 제공자)의 경우 서비스 안정성 조치의무 대상 사업자로 정하는 한편 트래픽 급증 시 통신사와 사전 협의를 하도록 했다.

넷플릭스와 구글, 페이스북과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행령의 대상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ISP(기간통신사업자)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책임을 CP에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우회접속 사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적 소송 등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의 가치를 흔드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정부의 이번 조치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ISP와 CP의 관계가 명확한 상태에서 CP에게만 필요이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넷플릭스를 겨냥해 만들어 졌다지만, 막상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를 규제할 방도가 없는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토종 CP의 손발을 묶는 조치만 횡행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글로벌 기업들이 등한시하는 망 이용료도 충실하게 내면서도, 넷플릭스의 책임을 더 지우려 한다는 시행령이 막상 넷플릭스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사만 책임을 떠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

물론 정부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도 정당한 책임의무를 지우겠다는 각오지만, 법 조항의 미비와 가이드 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일각에서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경우 미국과 통상분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 트래픽 점유율 1%에 불과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억지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장 커다란 반발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8일 "보편적이고 공평·타당한 기준과 명확한 용어를 사용할 것과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수정하는 등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은 아래와 같이 모호한 기준과 불명확한 표현들로 가득차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이 위임한 범위를 일탈하고,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등 문제가 많아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기협은 "시행령안은 ‘일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라는 기준을 설정해 서비스 안정성 조치의무 대상 사업자로 정하고 있으나, ‘일일평균 이용자 수’의 경우는 단순 서비스 방문자도 포함되는지 여부 등,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의 경우에도 국내 총량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양인지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양인지 여부 등 상당히 모호하다" 지적하는 한편 "일일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사업자는 서비스를 안정하게 유지해서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외 사업자는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기협은 나아가 "특정 사업자에게 트래픽 집중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와 이를 위한 물적 설비의 구매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라 꼬집었다.

한편, 구글이 구글스토어 정책을 일부 변경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국내에 반영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구글스토어 인앱결제 정책을 기존 게임에서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상품 판매를 제외한 모든 디지털 콘텐츠 판매에 30%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뜻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글 스토어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의 적용을 받는다"면서도 "(이번 정책이 실제 가동될 경우)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고민
네이버만의 고민도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네이버를 대상으로 시정명령과 10억3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함께 경쟁사인 카카오를 의도적으로 밀어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논리다.

네이버는 지난 2003년부터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소위 골목상권 논란이 터지자 업계 제휴를 타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연장선에서 2013년부터는 부동산 정보업체(CP)와 제휴해 메물정보를 자사 포털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확인)매물검증시스템’ 구축 및 유지 보수·업데이트·정책 관리 등을 책임지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이에 대한 운영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카카오가 부동산 CP들과 매물 제휴를 추진했으나 네이버가 재계약을 통해 '확인매물'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고, 2017년 카카오가 그나마 네이버와의 제휴가 흐릿한 부동산114와 계약을 맺으려 하자 네이버가 부동산114와의 재계약을 통해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강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네이버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갑의 횡포를 부렸다는 공정위의 판단이 나왔으나, 일각에서는 다른 측면의 판단도 필요하다고 본다. 플랫폼 독점에 대한 우려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지만, 비즈니스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혁신과 노력을 통해 이용자 선택을 받은 결과를 외면하고, 무임승차 행위를 눈감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혁신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모든 경쟁자가 무임승차만을 기대해, 궁극적으로 이용자 후생은 손상이 될 것"이라면서 "네이버는 당사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있는 대목에 시선이 집중된다. 당장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이번 네이버 부동산 논란을 비롯해 조만간 공정위 네이버 쇼핑 건은 지난달 전원회의가 열렸고, 네이버 동영상 건은 이달 중 전원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시민단체인 규제개혁당당하게는 8일 성명을 통해 네이버 부동산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을 두고 "정부 스스로 추진하는 국가지식재산사업과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에도 모순되는 것으로서 부당한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면서 "공정위 스스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카카오의 고민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포털 메인화면의 뉴스 편집에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보좌관들에게 포털 뉴스 편집의 편향을 지적하며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국회 과방위는 공전됐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지금까지 음모론 수준의 포털 뉴스 편집의 편향성 논란에 포털 출신인 윤 의원 스스로가 군불을 때웠다는 점에 있다. 보기에 따라 여당 의원이 포털 뉴스 편집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 당장 박성중 의원을 비롯한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언론에 대한 갑질이자 (여당의)포털 장악의 민낯"이라 비판한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포털 뉴스 편집의 정당성을 흔들었다는 점에 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공지능을 통해 100% 뉴스 배열을 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 배치의 공정성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 회자되는 중이다. 그러나 윤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고 해야겠다"는 메시지가 공개되는 순간, 일각에서는 "의원이 항의하면 무언가 바뀌는 것인가"라는 의혹이 생기게 됐다. 특히 논란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카카오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쏘카를 이끌었던 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포털을 자기에게 유리한 뉴스만 보도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면서도 "과연 뉴스편집을 AI가 전담하면 뉴스의 중립성은 괜찮은 걸까요?"라고 적었다.

인공지능을 통해 뉴스 배열을 가동하며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순간이다.

이 창업자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규칙 기반의 인공지능은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라면서 "단순하게 인공지능 시템을 설계하거나 학습시키지는 않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설계한대로 혹은 우리의 현상을 반영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재웅 창업자는 이어 "인공지능 시스템이니까 중립적이라고 답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윤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한 포털의 “인공지능가 했으니까 우리는 중립적이다”라는 이야기도 윤의원의 항의만큼이나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가치판단을 가지고 어떻게 뉴스편집을 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인지를 밝혀야 합니다"라면서 "뉴스편집 인공지능은 물론, 대출심사 인공지능, 채용면접, 입학심사,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사람을 평가하거나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그 시스템이 우리 사회의 문화나 윤리를 잘 반영하는가 분석하고 감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