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이 시작된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청춘기록>. 출처= 넷플릭스 재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모든 작품의 촬영을 전면 중단했다. 콘텐츠 제작 기업에게 어떤 이유로든 제작이 잠시라도 중단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엄청난 손해다. 무엇보다 늘어지는 제작 일정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감이 커진다. 그럼에도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한 동종업계와 투자계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이는 그간 국내 업계의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해외 시장의 성과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여줬던 꾸준한 성장세 때문이다.

넷플릭스로 날개를 달다  

지난해 11월 21일 CJ ENM은 공시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4.99%(최대 약 140만주)를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에 매각하는 투자 계약이 체결됐음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1월부터 향후 3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자사 콘텐츠의 방영권 판매 등으로 21편 이상의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급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유통 채널인 넷플릭스와의 협력이 이뤄진 것만으로도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역량은 검증됐다. 

이를 기점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은 다양한 형태로 밀려드는 해외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다. 지난 1월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의 TV프로그램 제작사 캐피털 엔터테인먼트·미국의 방송사 쇼타임과 tvN 드라마 <기억>의 리메이크 작품 제작을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tvN 드라마 <THEK2>가 CJ ENM의 글로벌 배급사 에코라이츠를 통해 그리스에 방영권이 판매됐다. 이 드라마는 현지에서 평균 1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리스에 한국 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의 Viva 채널에는 드라마 <비밀의 숲>, <남자친구>, <아는 와이프>에 이어 최근에는 드라마 <화양연화>의 현지 방영권을 판매했다. 

일본 내 한류 부활의 주역     

무엇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최근에 올린 최고의 성과는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첫 방영된 2003년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간 일본 내 드라마 한류 열풍에 다시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일본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그야말로 현지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며 ‘제2의 겨울연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단적으로 2월에 스트리밍이 시작된 <사랑의 불시착>은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8월까지 일본 넷플릭스에 있는 모든 콘텐츠 중 재생 수 1위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최근 일본의 주요 미디어들은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도 일본 내에 다시 확산되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 <사랑의 불시착>의 인기로 보는 일본 내 새로운 한류에 대해 기사로 다룬 니혼게이자이신문.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의 연예섹션 ‘닛케이X트렌드’는 지난 7일 “愛の不時着 大ヒット, 再来で強くなる韓流ブーム(사랑의 불시착 대히트, 다시 강해지는 한류 붐)”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일본 내 한류 붐의 현황을 분석했다. 그런가하면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8월 27일 전·후편으로 나뉜 기획기사 “愛の不時着 本当はどうなの? 12の疑問を検証した(사랑의 불시착, 실제로는 어떤지? 12개의 질문으로 검증했다”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일본의 북한 전문가에게 드라마에 표현된 남북한의 관계와 실제 상황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와 같은 성과들에 힘입어 스튜디오드래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제대로 반영된 2020년 2분기에 놀라운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달 6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튜디오드래곤은 매출액 1614억원, 영업이익 169억원, 그리고 당기순이익 134억원의 실적을 기록한다. 매출의 경우 코로나 여파가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9%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5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분기의 실적은 분기 기준 스튜디오드래곤의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러한 호실적을 이끈 것은 글로벌 판매 실적이었다. <사랑의 불시착>, <더 킹 : 영원의 군주>,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인기는 판매 단가의 상승, 구작 판매를 견인하며 글로벌 판매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에 스튜디오드래곤의 2분기 콘텐츠 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5% 성장한 757억원으로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이 중 해외 매출액은 59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8%를 차지했다. 

<사랑의 불시착>의 인기에 힘입어 <사이코지만 괜찮아>, <비밀의 숲 시즌2> 등 후속 드라마들에 대한 해외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투자계에서는 올해 3분기 이후에도 스튜디오드래곤의 꾸준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증권 황성진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확산을 기반으로 OTT 플랫폼들의 약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은 편성수익과 더불어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해외 판매 수익으로 인한 지속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