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8일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고용 보험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 입법안을 본격 논의하며 관련된 잡음이 증폭되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해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징수법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와 같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가동하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전면에 내거는 한편,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대역사의 과정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그 연장선에서 20대 국회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에 관한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배달앱 라이더와 같은 특고 종사자들에게도 실업급여와 출산전후휴가급여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중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임금이 낮은 특고의 보험료 부담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방안도 포함됐으며, 월 220만원 소득 미만 특고와 소규모 사업장에 80%씩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적용대상은 대통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실직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비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반 근로자보다는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정했으나,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며, 그 자체로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세밀한 접근이 아쉽다는 반론이 나오는 중이다. 특히 임금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을 분리하지 못한 가운데 법안이 추진될 경우 일부 모럴해저드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특고 사업주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논란이다.

당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8일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와 특고 직종 사업주 측은 고용보험 당연 가입 요건 완화와 고용보험료 분담비율 차등화 등을 거듭 요청해 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원안 통과는 국민적 신뢰와 사회적 협약의 효력을 훼손한 것"이라 비판했다.

경총은 이어 "특고 종사자 고용보험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특고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고 임의 가입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도 맞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임근 노동자와 달리 특고 종사자는 자기 결정권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다.

경총은 "특고 직종의 특성을 충실히 고려한 고용보험 체계라면 일정 수준 동참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정부가 특고 사업주에게도 일반 임금 근로자의 사용자와 동일한 수준의 부담을 지우려고 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 간 보험료 분담비율 차등화 문제도 새롭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제2의 인국공 사태?
정부의 방침이 제2의 인국공 사태가 될 수 있다는 불안도 감지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좋은 의도'로 법안을 추진했으나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논란들이 줄줄이 터지며 지금도 공전중인 인천국제공항 노사갈등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공포다.

현재 인국공 사태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6월 1만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천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가고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은 공사가 100% 출자한 완전 자회사가 직고용하는 형태다.

정부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면 모두가 만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태는 오히려 점점 파국으로 치달았다. 최초 인국공 사태 당시 비정규직이 모두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되며 공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규직 직원이 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오히려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1902명에 달하는 여객보안검색 소속 직원들이 공사의 직고용 방침에 오히려 처우가 열악해진다고 반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노사는 최근 물리적 다툼까지 벌이며 소송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일방적 청원경찰 직고용 전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노조의 반발이 커지는 한편, 노사 모두 여야에 면담을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더 좋아보인다. 정부도 이에 착안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부가 탁상공론에 빠져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분석하지 않은체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만 앵무새처럼 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고 종사자들과 관련된 시행령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시행령을 추진한다지만, 막상 많은 특고 종사자들은 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2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고 종사자 중 60% 이상이 고용보험 의무 적용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 출처=한경연

정부가 특고를 위한다며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지만,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전체 시장의 수축을 끌어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돌리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단순하고 순진한 발상에서 시작된 인국공 사태와 비슷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특고 종사자 고용보험 당연 가입이 제도활될 경우 오히려 특고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갈무리

유연한 길 찾아야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그리고 시장의 방향성 찾기는 중요한 화두다.

미국의 AB5 법안이 대표적이다.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지위가 소위 ABC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금과 영업 중단을 감수하는 것이 AB5 법안이다. 이에 우버와 리프트가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우버 및 리프트의 드라이버를 정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하급심의 결정에 제동을 걸어 눈길을 끈다.

물론 플랫폼 노동자를 정직원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이번 항소법원의 판단은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고 특히 고민할 시간도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심지어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으며, 경제는 붕괴되고 있고 실업난이 치솟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요와 공급의 유연한 조절을 전제로 하는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이 각광받는 상태에서 정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노동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려도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며, 모든 특고 종사자들에게 고용보험을 제공해도 부작용은 크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