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SPC그룹은 유통업계 중에서도 최근 몇년간 유독 수난을 많이 겪는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SPC그룹은 핵심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005610)을 통해 성공적인 영역 확대를 하고 있다. 대내외적 수난 속에서도 수년에 걸친 포트폴리오 재편 노력으로 본업인 '제빵' 사업을 넘어선 종합식품회사로의 연착륙 청사진이 켜졌다는 평가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은 올해 상반기 푸드사업 매출이 3064억원을 기록하며, 총 매출 25.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베이커리사업 매출은 2975억원으로 전체 중 24.6%의 매출 비중을 보였다.

 

SPC삼립 푸드사업 매출이 전통적 캐시카우였던 베이커리사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 3년간 1~2%p 격차를 보여왔다. 하지만 2017년까지만해도 2.3%p 가량 차이를 보이던 푸드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베이커리사업 매출을 0.9%까지 좁혔고, 올해 상반기 0.7%p 넘어서며 빵에 집중됐던 매출 구조를 뒤바꿨다. SPC삼립은 2000년대 초반까지 제빵사업이 매출 비중 90%이상 차지했다.

제빵에서 푸드로...시작된 성장축 이동

1945년 고(故) 허창성 창업주가 설립한 SPC그룹은 제과공장 삼미당에서 출발해 '제빵'사업을 모태로 하고 있다. 주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산빵'으로 유명세를 탔고, '파리파게뜨'를 통한 프랜차이즈업으로 성장한 뒤 2014년엔 식품유통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2017년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 후발주자로써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HMR이란 간단히 식사 대신 먹을 수 있는 완전조리 식품 또는 반조리 식품을 의미한다. 하지만, HMR사업은 SPC삼립 푸드사업부문 매출을 견인하는 배경이 됐다.

현재 SPC삼립 사업부문은 ▲빵, 샌드위치, 베이커리 등 베이커리와 ▲밀가루, 계란, 육가공품, 떡 등 푸드 ▲식당, 단체급식 등에 식재료 및 관련 식자재 유통 등의 유통(SPC GFS, 상해SPC무역 유한공사) ▲수수료 등의 기타사업부문(SPC GFS, 비엔에스) 4개로 나뉘는데, 이중 HMR대부분이 푸드사업부문에 속하기 때문이다.

 

SPC삼립 HMR은 크게 ▲RTE(Ready to Eat) ▲RTH(Ready to Heat) ▲RTC(Ready to Cook) ▲RTP(Ready to Prepare)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빵류를 기반으로 한 샌드위치, 냉장 제빵·디저트류 등과 같은 RTE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가 푸드사업에 포함된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SPC삼립의 HMR시장 진출 준비는 철저했다. 이 회사는
2013년 육가공품 제조 및 판매 기업 그릭슈바인을 인수하며 육가공 HMR 제품 생산을 위한 체제를 갖춘 후 2014년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 '그릭슈바인'을 론칭했다. 양산빵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었지만, 시장 성장이 정체됐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한동안 햄, 소시지, 미트볼 등 육가공제품을 판매하는데 그쳤던 SPC삼립의 HMR 사업은 2017년 350억원을 투자한 연면적 1만6000㎡ 규모의 원료 생산 시설 '종합식재료 가공센터'를 설립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같은해 베이커리 위주의 HMR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데 이어 육가공 HMR 포트폴리오도 강화한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100% 자회사 밀다원(밀가루 가공업체)과 에그팜(계란 가공업체), 그릭슈바인을 합병해 HMR 사업구조를 일원화 한뒤 지난해부터는 그릭슈바인 첫 브랜드 '육식본능', HMR 브랜드 '삼립 잇츠' 등을 론칭함으로써 파스타, 덮밥류, 피자, 죽 등도 내놓는다.

SPC삼립 HMR 본궤도 올랐지만....수익성·부채비율·검찰수사가 '암초'

SPC삼립은 수년에 걸친 사업다각화 노력으로 당초 예정했던 목표치도 보기 좋게 갈아치운 모습이다. SPC삼립은 지난 2018년 오는 2022년까지 육가공 사업 매출 1100억원 달성을 목표했지만, 최근 100억원 높여 잡았다.

올해 이 부문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실제 SPC삼립의 2분기 육가공 제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성장했고, 상반기 육가공 B2C 매출은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이중 ‘그릭슈바인 비프함박스테이크’는 전년보다 600% 이상 증가했다.

2018년 밀다원, 그릭슈바인, 에그팜이 SPC삼립에 흡수합병 되면서 푸드사업부문으로 재편성되기 전이었던 2017년과 2018년 실적이 주춤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남은 하반기에는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육가공 간편식들도 대기중이어서 더욱 큰 폭의 상승세도 기대된다.

 

다만, 높은 기대만큼 우려도 상존한다. 우선 수익성이 아쉽다. SPC삼립 푸드사업부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4089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해마다 확대되는 부채비율도 부담요소다. 최근 몇년간 대규모 공장 증설을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SPC삼립의 부채비율은 2018년 139.61%에서 올해 상반기 303.1%로 두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SPC삼립을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도 SPC삼립의 과감한 개혁 성과를 이어가는데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현재공정거래위원회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 중이다.

SPC삼립 현 대표인 황종현 사장은 지난 4월 신임 대표에 올라 해당 수사선상에서 제외됐지만, 식품부문에 포함된 밀다원 등 생산계열사가 '통행세' 관련 문제로 검찰 수사 내용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