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콘텐츠 업계라고 해서 코로나19라는 글로벌 대재앙의 여파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광고로 후원해 줄 수 있는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을 통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해 끝내 도산하는 콘텐츠 기업들이 생겨났다. 국가를 막론하고 기업들의 상황은 대동소이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전 세계인들의 많은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한 한류 콘텐츠들의 상황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혹자는 “이제 더 이상의 글로벌 한류 확산은 없다”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한류 열풍은 이전보다 약해지지 않았다.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으로 세계를 압도하는가 하면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통한 콘텐츠의 수출, 그리고 코로나19 확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 확산 방식을 택하는 등 여러 방향의 생존 방식을 찾아냈다. <이코노믹리뷰>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한류의 새 도약을 이끌고 있는 뉴 콘텐츠 리더들을 조명한다.

K-POP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지난 1일 발표한 새로운 음원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공개 직후 미국의 가요 차트 ‘빌보드 핫100’의 정상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BTS는 앨범의 순위 차트인 ‘빌보드 200’에는 수차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단일 음원 차트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BTS는 빌보드 핫1000 차트 정상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BTS의 행보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대중문화업계의 기록들을 새로 쓰고 있다. 역대 빌보드 차트 역사에서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앨범을 1위에 올린 아티스트 그룹은 비틀즈(BEATLES)다. 비틀즈는 1966년에서 1968년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총 4개의 앨범으로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BTS는 1년 9개월(2018.6~2020.3) 동안 빌보드 200 차트의 1위에 총 4개 앨범의 이름을 올린다. 즉, BTS는 비틀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기간에 가장 많은 앨범을 빌보드 정상에 올린 그룹이 됐다.    

올해로 데뷔 8년차를 맞이하며 이제는 중견 그룹이 된 BTS에 대해 “그들의 인기 역시 곧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이겨낸 것이기에 이번 성과를 놓고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 한국인 최초 빌보드 핫100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원 K-POP그룹 방탄소년단. 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곡의 가치, 1조7125억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매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한국은행 투입산출표, 구글 트렌드 검색 데이터 등 다수의 지표들을 활용해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한 곡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산출했다. 

문체부의 분석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 음원이 유료 다운로드, 실시간 스트리밍 등으로 벌어들인 직접적 매출은 약 2457억원이다. 아울러 BTS와 연관된 소비재의 해외 수출 증가 효과는 약 371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수익 지표를 종합해 ‘다이너마이트’ 한 곡이 발생시킬 수 있는 최대 생산유발 효과는 1조2324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801억원으로 환산됐다. 이를 합치면 약 1조7125억원이다. 아울러 약 7928명의 인력 고용 효과도 창출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 출처= 네이버 금융

빅히트, 도약을 준비하다 

국내에만 머물렀다면 지극히 평범한 남자 아이돌 그룹들 중 한 팀으로 남았을 BTS로 전 세계를 휩쓰는 성공 신화를 쓴 주역은 단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아티스트들과 글로벌 팬들의 적극적 소통을 시도한 빅히트의 전략이 없었다면 지금의 BTS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성공을 발판삼아 빅히트는 자사의 경쟁력을 더욱 확장시킴으로 글로벌 한류 확산에도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국내 증시 상장이다. 빅히트는 이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다.  

지난 5월 빅히트는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진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 총괄을 메인 프로듀서인 방시혁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게 맡겼다. 글로벌 사업부문은 윤석준 CEO에게, HQ(HQ & Management)부문은 박지원 CEO에게 맡겨 각 경영진들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기업 설명회에서 자사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는 방시혁 대표이사 의장. 출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아울러 빅히트는 자사 아티스트 라인업의 확장으로 콘텐츠의 다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BTS 외에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아티스트 라인업이 약하다’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에는 쏘스뮤직의 인수로 걸그룹 ‘여자친구’를, 올해 5월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세븐틴(SEVENTEEN)과 뉴이스트를 빅히트의 새로운 아티스트로 영입했다. 새로운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켜 BTS의 계보를 잇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티스트 지코(ZICO)의 회사인 KOZ엔터테인먼트의 인수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외 빅히트는 자사 아티스트들로 대표되는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2차 콘텐츠들을 제작하는 등으로도 사업 반경을 더 넓혔다. 이 사업 확장의 계획에 따라 빅히트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캐릭터 상품 제작, 교육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결과물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방시혁 대표이사 의장은 지난 8월 열린 회사설명회에서 앞으로 빅히트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빅히트는 더 좋은 콘텐츠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담은 ‘커넥트(Connect)’에 집중해 각 아티스트 레이블을 포함한 자사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내는 ‘진화된 답’을 찾아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