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어렵고 힘들때. 앞이 보이지 않고 캄캄한 암흑만 내 발목을 잡아 이끄는 것 같을 때. 손을 내밀어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때. 바로 이 순간 친구와 방관자, 적이 구분됩니다. 모든 상황이 좋고 부족함이 없을 때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친구가 나에게 약간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외면한다면, 그와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격언이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시기를 맞아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져도 단단한 눈으로 굳게 손을 잡아주는 진짜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줍게 공헌하다
지난달 27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사재를 털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0억원을 기부했을 당시만 해도, 솔직히 재계의 큰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았습니다. 대단한 결단이기는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수장이 통 크게 지갑을 열었구나'는 선에서 갈음했던것 같습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GBR)가 지난 5월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준 국내 30대 기업집단 동일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사회공헌 정보량 빅데이터 조사 결과를 8월 28일 발표하며, 사회공헌 키워드 정보량이 가장 많은 총수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라 말했을때도' 그럴 수 있겠다'는 반응이 중론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LG그룹이 직접 나서 대대적인 홍보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동반성장위원회가 ‘2019년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발표했습니다. 

LG그룹 관련 데이터를 조사해 보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 CNS, 더페이스샵 등 LG그룹 산하 8개 계열사가 최우수 기업 평가를 받았고 LG하우시스가 우수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발표 당일 동반성장지수 공표대상 200개 기업 중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35개 기업의 보도자료가 태풍 하이난처럼 쏟아지며 기자의 메일함을 꽉꽉 메우던 때, LG그룹 관련 데이터가 기자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절대적인 '비중'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표를 보면 LG는 전체 대상 기업 중 5% 수준인 9개 계열사가 평가를 받았지만, 최우수 기업 8곳을 배출하며 전체의 23%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삼성이 12곳 중 6곳, 현대차그룹이 11곳 중 6곳,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SK그룹이 6곳 중 5곳이 최우수 기업으로 뽑힌 가운데 LG그룹이 사실상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이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LG화학이 5년 연속, LG이노텍이 4년 연속, LG CNS가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올해 발표로 인해 3년 이상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한 기업에게 부여되는 ‘최우수 명예기업’에 선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2년 동반성장지수 발표 이후 국내 대기업 계열사 8개가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이로써 LG그룹은 2014년부터 6년 연속 가장 많은 최우수 기업을 배출하는 그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LG그룹의 '미친 존재감'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동반성장지수는 자발적인 동반성장 참여를 확산하기 위해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한 것으로, 하도급법 준수 등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점수를 50%, 판로·신기술 개발 지원 등 동반위의 중소기업 체감도조사 점수 및 실적평가가 50%가 합산되어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의 5단계로 발표됩니다.

이런 가운데 LG그룹은 계열사 별로 금융 및 기술 지원 등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해 협력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공정한 거래 문화 조성에 노력한 부분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지원을 올해 1조1900억원 규모로 확대했으며, 기술지원, 생산성 향상 등 거래분야에 치중됐던 동반성장 영역을 안전환경, CSR, 수출입, 복리후생 등 기업 활동 전반으로 확대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는 평가입니다.

완전체는 아니다. 그러나 가장 가깝다
LG그룹의 사시는 '인화'라고 합니다.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기분좋은 단어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구시대적 발상이 아닌가'라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경영에 있어 여성을 강하게 배제하고 유교적 발상에 치우친 행보를 보인다는 점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립니다.

LG그룹의 비즈니스가 모두 잘 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LG전자는 휴대폰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조금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LG화학은 펄펄 날고 있으나 그 외 다른 계열사들은 대부분 정중동의 뉘앙스를 풍깁니다. LG유플러스, LG이노텍도 딱히 좋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은 기업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LG도 간혹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분명히 반성해야 할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LG가 사회와 함께 공존하며 함께 보폭을 맞추면서 최대한 우리와 함께 호흡하려는 의지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실수하고 잘못하며 간혹 실망을 시키는 일도 많지만, 의인상을 제정해 수여하는 그 따뜻한 마음 그대로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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