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최근 미국 뉴욕 증시가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조정장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부양책이 단기간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 감소와 고용지표 등 실물경제 혼조세 등으로 추가 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졌고,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당분간 일정 수준의 조정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이며 개인 투자자 중심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기술주 중심 조정에 들어간 美 증시

지난 4일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9.42포인트(0.56%) 내린 2만8133.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28.10포인트(0.81%) 하락한 3426.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4.97포인트(1.27%) 내린 1만1313.13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9월에 들어서면서 1.82% 내렸다. S&P500 지수는 2.31%, 나스닥은 3.27% 각각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지수 상승을 주도해온 대형 기술주의 낙폭이 컸다. 지난 4일 페이스북 주가는 2.9%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4%, 아마존도 2.2%가량 하락했다. 애플 주가는 장중 8% 이상 폭락했다가 장 후반 반등에 성공해 0.07% 상승으로 마감했다. 테슬라 또한 장중 8% 넘게 폭락세를 보이다가 2.8% 급등세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다시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는 각종 지표에서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美 실물경제 지표 혼조…'안개 속' 추가 부양책

우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재확산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인용해 지난 6일 미국 내 신규 확진자가 약 3만1000명으로 지난 6월 22일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세계활동지수(CAI)는 8월 1.8을 기록하면서 4개월 동안 1.2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률도 양호한 성적을 나타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실업률이 8.4%로 전월(10.2%)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9.8%)보다 큰 폭으로 밑돌았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4월 14.7%로 치솟은 이후 넉 달 만에 한 자릿수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안심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소비 회복에 큰 영향을 주는 비농업취업자의 증가 폭이 5~6월 전월 대비 월평균 375만3000명에서 7~8월 155만3000명으로 둔화됐기 때문이다.

기업 지표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0으로 전월(54.2) 대비 1.8포인트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5.0을 웃도는 수치다. 이에 제조업 PMI는 4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달 서비스업 PMI는 56,9로 전달 58.1보다 침체됐다. 투자자들이 제조업 지수는 후행, 서비스업은 선행지수로 인식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미 고용시장이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예고한다"라고 설명했다.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추가 부양책 시행이 연말로 밀리거나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래리 커들로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최근 8월 고용 호조세를 거론하며 신규 부양책 합의가 없어도 괜찮다고 언급했다”라며 “또한 이달 15~16일에 예정된 연준의 9월 FOMC에서도 앞서 수차례 ‘저금리 기조 유지’, ‘평균물가목표제’등 대형 재료를 발표한 바 있어, 증시가 단기간에 급락하거나 실물경제지표가 하락세로 전화되지 않는 이상 기존 발표의 구체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진 것도 추가 부양책 발표에 부담을 작용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지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물론 백악관까지 정치적 계산에 몰두 중이다.

실물경제 혼조세와 추가 부양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 증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과 정부의 재정정책 등을 시행해 지난 3월 급락 재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키움증권 서상영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의 이번 변동성 확대가 새로운 조정의 시작인
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지는 주요 경제지표들의 결과에 달려 있다”라며 “주식시장과 경제지표·기업 실적과의 간극 축소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2400선 회복…경계심리는 유지해야

다만 3월 이후 미국 증시와 연동된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는 9월부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3일 5%, 4일 1.3% 떨어지고 7일 노동절 휴일로 휴장하는 등 크게 조정을 받았으나, 코스피는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8월 14일 이후 25일 만에 2400선을 회복했다.

이번에도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의 주역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8일 하루에만 1974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 외국인이 각각 626억원, 1181억원을 순매도했다. 8일까지 9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은 2조8506억원으로 지난달의 40%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가가 상승한 것이 고무적이면서도 당분간 상황을 관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2400선에 안착하고 2450선을 넘어서기에는 코스피 전반의 상승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삼성전자의 독주가 코스피 전체의 상승 동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중장기 상승 추세를 뒷받침하는 변화가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계심리를 유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서상영 팀장은 “최근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에 의해 반등을 기록했다. 이번 주에 네 마녀의 날(주가지수와 개별 주식의 선물, 옵션 만기일이 모두 겹치는 날)이 있어, 외국인의 선물 동향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