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의 알헤시라스호. 출처=HMM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해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HM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만선에 이어 운임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21분기 적자탈출에 이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CFI 강세… 코로나19 속 물동량 증가 원인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중국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1320.80을 기록했다. 지난 8월 28일 1263.26에서 한 주만에 4.6%나 상승한 수치다. 13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8월 넷째 주 1333.67 이후 8년 만이다. 

SCFI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최저수준을 기록했던 4월 24일 818.16과 비교하면 61.5%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중국발 컨테이너선 운임지수(CCFI)도 905.23에서 922.00으로 1.9% 상승했다. SCFI보다 상승폭은 미미하지만 해당 지수 또한 지난 5월을 기준으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철광석·석탄·곡물 등 건화물 시황을 보여주는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BDI는 1488에서 8.5% 하락한 1362에 그쳤다. 호주 광산 기업들의 정비 영향으로 물동량이 줄어든 가운데 중국 지역에서 하역 차질로 인해 체선(滯船)이 발생한 탓이다. 

시장에서는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의 이유로 선사들의 자발적 공급 축소에 따른 수급 안정화를 꼽고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로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선사들은 운용 선박의 가동률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3분기 성수기 효과와 물동량 회복 등 호재가 겹치면서 운임은 크게 뛰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상품과 함께 대부분의 제품 수요가 회복되면서 물동량이 크게 개선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3분기 들어 미주 노선의 운임 오름세는 가파르다. 미주 서안 노선의 운임은 1FEU(12m여 컨테이너 박스 1개)당 3440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1636달러의 2배를 상회하는 금액으로, 사상 최고치를 2주 연속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미주 동안 노선 역시 2808달러에서 3953달러로 상승했다. 미국 내 재난지원금이 풀리며 소비가 증가해 화물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주 노선 운임 강세는 남미, 남아프리카, 동남아 등 다른 노선 운임 강세라는 연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운항하지 않고 정박하는 선박을 나타내는 컨테이너선 계선율은 11.1%에서 최근 4.6%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선 운임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으면서 마스크 등 방역용품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는데다, 비대면으로 인한 전자상거래 수요가 늘면서 물동량이 견고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통상 3분기가 해운업계의 계절적 성수기인 만큼 물동량이 더욱 늘 것이라는 관측이다. 

▲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HMM 오슬로호가 싱가포르 PSA항만에서 하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HMM

체질 개선 속도 내는 HMM, 2분기 연속 흑자 기대감 ‘솔솔’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가 이어지며 국내 대표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재무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은 지난 2분기 21분기, 거의 10여년 만에 적자 늪에서 벗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연결기준 2분기 매출 1조3751억원,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19억원 줄었지만, 영업익은 2516억원 올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도 281억원으로 2281억원 개선됐으며 영업이익률도 10%를 달성했다.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HMM은 지난 2010년 58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선 업황 부침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2015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나 8000억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한진해운 파산한 2016년 HMM의 영업이익률은 –1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노력으로 지속적 재무 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울러 2016년부터는 채권단 출자전환, 무상감자,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냈다. 이에 2015년 말 2499%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597%까지 줄었다. 아울러 올 4월 추가 영구전환사채 발행으로 2분기 말 부채비율은 388%를 기록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HMM를 둘러싼 상황이 나쁘지 않은 만큼 2분기 연속 흑자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우선 HMM의 최대 매출처인 북미 노선의 운임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컨테이너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의 올 상반기 지역별 매출을 보면 북미가 35.5%로 유럽 15.7%의 2배를 상회한다. 또한 인도와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 25.3% 보다도 높다. 이에 따라 HMM은 동남아 항로에 배정된 46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투입하는 등 북미 노선 공급 확대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규모 선대 구축이 곧 마무리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본격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도 호재다. HMM에 따르면 이달 중순 2만4000TEU 선박 12척 투입이 모두 완료되며, 내년 초 1만 8000TEU급 8척 등의 투입도 예정돼있다. 이미 인도된 선박들이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연이어 만선을 기록하고 있어 남은 선박들 또한 순탄한 물량 확보가 예상된다.

아울러 주요국 락다운 해제로 2분기 이후 컨테이너선 시황 회복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물동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나 감편 등 공급조절을 통한 운임방어, 낮아진 유가 수혜 등으로 실적 보완이 점쳐진다. 통상 선박 운영비용의 30%는 연료비에 달한다. 

HMM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물동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최대 수익처인 미주 노선 운임 상승과 저유가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며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선 투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싱가포르항 전용터미널 설립을 위한 조인트 벤처를 추진하는 등 수익성 개선과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이뤄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