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제되고 간편식, 배달음식 등 수요가 늘면서 국내 친환경 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에 유통업계는 선물세트 등으로 포장재 소비가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친환경 끈을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올 추석 선물세트 포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기로 했다. 플라스틱은 종이로 바꾸고, 미세플라스틱을 냉매로 쓰던 아이스팩은 물로 채우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올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전체를 종이로 바꾼 ‘올 페이퍼 패키지’를 전체 과일 선물세트로 확대한다. 기존 총 80개 품목에 기존 사용되던 플라스틱 '고정틀'과 플라스틱 '완충 패드'를 올 추석선물세트 판매기간 동안 종이 소재로 교체하고, 3개 품목에는 종이 소재의 '완충 받침'을 적용한다.

지난해부터 포장에 쓰이는 나무·천·스티로폼 소재를 모두 없애고 종이 포장재를 도입한 신세계백화점도 전복·굴비 등에 주로 사용되는 부직포 가방이나 스티로폼 박스 대신 ‘쿨러백’을 사용한다. 또 신선식품에 사용하던 보냉제는 외부를 방수 코팅하고 내부는 물로 채워 가정에서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 친환경포장재를 사용한 롯데마트의 과일 선물세트. 출처=롯데마트

롯데마트는 과일 선물세트에 유기 화학물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콩기름 인쇄기법을 적용하고 과일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종이소재 ‘난좌’를 개발해 안전한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회용 포장용기 배출이 많은 홈쇼핑과 편의점 업계는 올 초부터 시작된 친환경 행보를 올 추석에 집중적으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월부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100% 종이 소재 친환경 배송박스를, NS홈쇼핑도 냉장·냉동 상품 포장에 친환경 종이 아이스팩을 도입한 바 있다. 편의점 CU는 일부 샌드위치와 김밥 용기를 생분해되는 친환경 용기로 변경했다.

플라스틱 배출량 늘고, ‘가치소비’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이 같은 유통업계 친환경 노력은 지난 2018년 정부가 발표한 ‘폐기물 종합관리 대책’과 흐름을 같이 한다.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기존 배출량에서 절반 이상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34%에서 70%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유통·식품업계에서도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변경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친환경 청사진이 흐려졌다. 코로나19가 비말을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일회용 컵 사용이 권장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자제되면서 포장·배달 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제 플라스틱 폐기물은 올 상반기에만 약 16%가량 늘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유통업계가 친환경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친환경 가치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고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윤리적인 제품 생산 및 캠페인에 힘쓰는 것이다. 전통적인 구매 요소에 신념이나 가치를 더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친환경 기업이나 동물 시험을 하지 않는 업체 등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소비한다는 의미의 ‘가치소비’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에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계에서 친환경 행보에 고삐를 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플라스틱 감축 정책에 지난 2년 전부터 동참해왔지만, 코로나19로 플라스틱 배출량은 더욱 늘어났다. 소비자들 역시 급증하는 플라스틱 매출량에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추세다.

실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녹색소비자연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으며,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쇼핑 방식이 등장한다면 구매처를 변경해서라도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과 정부의 친환경 방향이 단순히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꾸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꾸고 있지만 종이가 코팅된 경우엔 재활용이 불가하다. 외국의 경우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전체를 포장하기보다 살짝 위쪽만 덮어서 포장하는 등의 포장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플라스틱을 감량에 많은 중점을 두는데, 전체적인 양을 줄이자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방향이 중요하지만, 소비자들도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기본적인 분리배출에 신경써야 한다”며 “테이프나 라벨 등을 꼭 떼 내고 버리고, 포장이 덜 된 상품을 소비하고 불필요한 이중 포장은 삼가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