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12월까지로 연장되면서 집에서 편안히 입으면서도 화상회의에서도 이상하지 않도록 츄리닝이 아닌 옷을 구입하기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했다.

평소에도 방문했던 사이트인데 편안해 보이는 바지를 클릭하는 순간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가 강조되서 나타났다.

‘바이나우 페이레이터(Buy Now Pay Later(BNPL))’이라는 후불 할부결제 시스템은 해당 품목의 가격을 일시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4번에 나눠서 할부로 구입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1달러에서 최고 1000달러까지 해당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품목은 4번에 나눠서 할부로 돈을 지불하면 되며 특히나 좋은 것은 무이자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키보드를 사기위해 검색했던 웹사이트에서도 지금 물건은 받고 돈은 나중에 나눠서 내라는 안내문을 본 기억이 난다.

한국의 무이자할부가 매월 돈을 내는 것과 달리 미국의 후불 할부결제서비스는 2주마다 급여를 받는 미국 특성에 맞게 2주마다 4번에 걸쳐 물건값을 내면 된다고 한다.

급여를 받을때마다 조금씩 나눠 갚으니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돼서 솔깃한 소식이었다.

후불 할부결제서비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닌데 미국에서는 일부 금액을 내고 상품을 예약해놓은 후 잔금을 나중에 내고 물건을 찾는 레어웨이(Layaway) 서비스가 대공황 시절 탄생해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 메이시스 등의 대형 백화점은 자체 신용카드를 통해 물건을 미리 구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추후 갚은 한국형 할부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무이자 할부를 내세우며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각 온라인 쇼핑몰마다 선보이는 후불 할부결제서비스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할부 서비스로 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재정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7월 미국의 실업률은 10.2%로 10명중 1명꼴로 직장을 잃은 상태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상점보다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아예 주머니를 열지 않는 것보다는 당장 지급해야 할 금액이 작은 것처럼 느끼게 해서 조금이라도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나 현재 24살에서 40살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경우 지난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금융위기를 기억하는터라 신용카드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많아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후불 할부결제서비스로 이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핀테크 회사인 애프터페이, 클라나, 쿼드페이 등이 후불 할부결제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온라인결제시스템 1위업체인 페이팔까지 ‘페이 인 4(Pay in 4)’라는 후불 할부결제서비스를 선뵀다.

기존 서비스들과 유사하게 4번에 걸쳐서 물품 대금을 갚으면 되는 서비스다.

핀테크회사와 유통업체들 외에도 신용카드 회사들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서 신용카드 대금을 소액으로 나눠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씨티카드는 아마존에서 고가의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고 48개월까지 물품 대금을 나눠서 낼 수 있는 플레스 페이를 8월부터 시작했다.

미국 신용카드는 한국과 같은 할부서비스는 없고 카드대금 전액을 내거나 혹은 최소 금액을 낸후 나머지는 높은 이자를 내야했는데 씨티카드의 서비스는 기존 신용카드의 이자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고가 상품 구입을 할부로 나눠 낼수 있도록 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의 경우 플랜잇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여 100달러 이상의 금액이 큰 구매를 한 경우 고객이 원하는대로 여러달에 걸쳐서 물품 대금을 분할 납부하도록 한 서비스다.

할부 수수료는 추가되지만 처음 서비스에 가입한 15개월 동안은 수수료를 면제해주면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후불 할부결제시스템은 당장 자금 사정이 여의치않는 경우에도 구입을 도와주는 장점이 있지만 제때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높은 이자와 수수료가 추가되서 결국 개인부채로 돌아가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