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프랜차이즈 자동차 딜러들은 6월에 120만대의 중고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2% 증가한 수치이자 2007년 이후 월간 판매 대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출처= BCC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평상시에는 최첨단 전기차와 고급 픽업 트럭 신차에 밀려 중고차에 대한 관심은 그리 뜨겁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중고차가 가장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전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과 우버 같은 승차공유를 회피하면서 집 안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차량으로 중고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나 배우자가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 새 차보다는 중고차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또 코로나 대유행으로 올해 봄에 자동차 회사들이 2개월 동안 신차를 출시하지 못한 것도 중고참 붐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고차 가격도 크게 올랐다. 자동차정보 제공회사 에드먼즈닷컴(Edmunds.com) 에 따르면 7월에만 중고차 가격은 평균 16% 이상 상승했다.

에드먼즈의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자동차 딜러들은 6월에 120만대의 중고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2% 증가한 수치이자 2007년 이후 월간 판매 대수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사람들이 중고차를 산다고 해서 도로의 자동차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차 판매가 그보다 훨씬 부진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고차의 인기가 갑작스럽게 높아진 또 다른 이유는 신차와 트럭의 가격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신차의 평균 가격은 약 3만 8000 달러인데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거나 기꺼이 지불할 의향보다는 더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요즘 자동차들은 몇 십 년 전의 차들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져 중고차라도 덜컹거리는 골동품이 아니다.

뉴저지 주에 있는 브래들리 비치(Bradley Beach)에 사는 수잔 서덜랜드는 신차를 사고 싶었지만 최근 신차 가격이 그녀의 예상을 초월하자 2016년식 닛산 로그(Logue)를 구입했다.

"처음 집을 살 때에도 4만2000달러 짜리 집을 샀었는데, 자동차 한 대 사는 데 그만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서덜랜드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아들이 활동하고 있는 헤비메탈 밴드 투스 그라인더(Tooth Grinder)를 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뉴욕, 워싱턴 등지로 기차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병원에 두 번이나 입원하는 등 힘든 싸움을 겪은 후에 그녀는 그 동안 타고 다니던 2008년식 미쓰비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새 자동차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새 차 가격이 그녀의 예상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고 1만 3500 달러를 주고 닛산 로그를 구입했다. 그녀는 로그의 열선내장 좌석과 다른 옵션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너무 좋습니다, 충분히 만족합니다.”

▲ 소비자들이 대중교통과 공유차량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재정 압박까지 겹치면서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중고차 수요가 급증했다.    출처= Carmax

자동차 회사들이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약 60일 동안 생산을 중단한 후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에 따르면 올해 첫 7개월 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북미 지역에서 660만대의 자동차와 경트럭을 생산했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00만 대 줄어든 것이다.

대유행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절박하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을 머무르게 되었을 때,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려 84개월 동안 무이자 대출을 제공했다. 그러나 신차 재고가 적은 상황에서 이런 후한 인센티브는 대부분 사라졌다.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중고차 거래 가격이 급등했다. 서덜랜드는 주행거리가 24만5천 마일(40만 km)나 되는 자신의 낡은 미쓰비시를 팔면서 2000달러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7월 들어 중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전달에 비해 2000달러 오른 1만 400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남서부 지역에 325개의 중고차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고차 체인 오토네이션 (AutoNation)은 자동차를 팔러 온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차를 매입했다. 이 회사의 마크 캐넌 부사장은 7월에 3500대 이상의 중고차를 매입했는데 이는 평상시 2000대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이 활기를 띠자 주행거리가 적은 중고차는 중고차 매장에 오래 머물 겨를이 없다. 매사추세츠주의 혼다 딜러인 애덤 실버레이브는 2만 2000마일의 2017년식 혼다 파일럿(Pilot) 같은 차량은 매장에 들어 온지 불과 몇 시간 내에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진을 찍기도 전에 팔려버렸습니다. 그런 차량들은 웹사이트에 미쳐 올리지도 못하지요,”

이 같은 중고차 붐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에드먼즈의 제시카 칼드웰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체들이 곧 생산을 따라잡을 것이고, 신차 딜러들의 매장은 다시 신차로 채워지고 각종 판매 인센티브로 고객들을 유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을철이 다가와도 코로나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신차 공급이 개선되더라도 경기가 더 위축되면 중고차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더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

"중고차 붐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중고차 거래가 황금기를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