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지난 7월 이루어진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의 '배터리 회동'이 첫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현대·기아 자동차(005380)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인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기아차는 ▲리스·렌탈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모빌리티 업체와 배터리사 간 협력 체계를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생애 주기 전반을 활용해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 사의 공감대가 형성, 이번 협력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협력은 배터리 공급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모빌리티-배터리 협력과는 달리, BaaS(Battery as a Service)를 통한 배터리 선순환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모빌리티-배터리 협업 모델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이모빌리티(e-Mobility)에 기반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전후방 벨류 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5R(Rental·Recharge·Repair·Reuse·Recycle)을 전략 플랫폼으로 한 BaaS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 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재활용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 및 소재 공급 안정성 강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연계한 최적의 설계 및 이를 통한 부가 가치 최대화 등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우선 기아차 '니로 EV'에 탑재되는 배터리 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용으로 더 이상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 ▲차량 배터리로부터 리튬·니켈·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의 부가 가치와 친환경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사용한 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을 자사 NCM811 배터리 등의 하이니켈(high-nickel) 양극재에 재활용 할 수 있도록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추출한 뒤 다시 NCM 금속을 추출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또한 양 사의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탄력을 줄 요소로 꼽힌다.

한편, 그룹 차원의 협력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SK와 현대차는 각 사의 관계사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의 사업 인프라 및 역량을 결합,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관련 산업 확대를 꾀하겠다고 전했다. 

▲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기아차는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배터리 전후방 밸류 체인 모두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그린 뉴딜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지영조 현대자동차 사장. 출처=현대자동차

지영조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가 오는 2021년부터 적용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1차 배터리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과 이번에 협력하는 것은 모빌리티-배터리 업체 간 시너지 극대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경쟁력 강화는 물론 친환경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