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사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부문 협력사들과 각각 다른 분야에서 맞손 잡는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 셀을 거래하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더 나아가 심화한 협력 사례로 사업 시너지를 일으키고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데 힘을 모음으로써 입지를 다지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배터리 사업 협력 건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모습. 출처= SK그룹

SK그룹과 배터리 전생애주기적 사업 협력…그룹사 시너지도 도모

현대차·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과 판매·관리 서비스·재사용 등 배터리 전 생애주기적 사업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리스·렌탈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각종 사업 분야에서 양사 간 협력 체계를 검증해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협력을 이어감으로써 사업의 친환경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취지다.

양사는 현재 협력의 일환으로 기아차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EV에 탑재된 배터리팩을 수거·검증하는 실증과정을 공동 수행하고 있다. 수명이 끝난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리튬, 니켈 등 금속을 추출하는 등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양사는 향후 현대차그룹, SK그룹 양측의 업종별 계열사들 간 배터리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데도 힘 모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뿐 아니라 철도, 건설, 자동차금융, 관광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둠으로써 마찬가지로 통신, 가전, 정유 등 업종별 계열사를 거느린 SK그룹과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

양사는 최근 전기차가 주행거리를 늘리고 구동성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차량 통신,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미래차 개발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는 점을 고려해 이번 협력을 전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양 그룹은 향후 그룹별 관계사들이 보유한 여러 분야의 사업 인프라와 역량을 결합시킬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을 확대하는데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지난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배터리 1위’ LG화학과는 신기술 확보에 맞손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셀을 공급받는 LG화학과는 배터리 관련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초점 맞춰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전기차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분야 신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LG그룹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차와 LG화학은 지난 6월부터 전기차·배터리 등 분야의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 ‘전기차&배터리 챌린지’를 함께 개시했다. 각 분야별 차별적인 혁신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스타트업을 찾아 협력함으로써 미래차 관련 기술 역량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응모 분야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배터리 제어 및 유지 보수,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술, 배터리 공정 기술, 전기차 구동 부품, 전기차 충전 및 에너지 관리, 전기차 개인화 서비스 등 7개로 구성됐다. 현대차그룹은 최종 선발한 스타트업과 10월 화상회의 심사, 11월 현대크래들 워크숍 등 절차를 거쳐 협업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이후 전기차 전문 브랜드 ‘아이오닉’의 신차들을 순차 출시하는 동시에 기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전기차 라인업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기술들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실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LG화학과 신기술을 확보하는데 협력하는 것은 입지 강화에 유의미한 행보로 분석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앞서 지난 7월 현대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각 정상이 회동한 점을 두고 “국산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입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