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상고하건대 동서(東西)로 분당(分黨)하여 각자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부끄러운데… 추악한 말로 무함하여 서로 공격하기를 마치 장사치들이 언쟁하는 것처럼 하였다…(중략)…말류의 폐단이 끝내는 공도를 무너뜨리고 사(私)를 이루었으며, 임금을 잊고 국사를 그르쳤으니.

선조실록 제 33권(선조 32년 6월 1일 기사)에서 붕당 정치로 인한 폐단을 비판한 내용이다. 발전적 의미의 당론 경쟁에서 벗어나 학파 혹은 사익에 따라 편을 나누고, 서로 헐뜯기로 일관하는 통에 국정을 살피지 않는 조선시대 관료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이러한 붕당은 조선후기로 갈수록 점차 그 질이 낮아졌고 조선의 민생은 피폐해졌다. 이념·사상 과몰입으로 인한 당쟁은 정치 수준을 낮추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교훈은 지난 우리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라는 혼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전염 질환의 확산으로 어떤 이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혹은 정치) 권력의 신중한 판단과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혼란을 틈타 ‘진보’로 불리는 정부·여당 그리고 ‘보수’로 불리는 야당 등 두 세력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서로의 입지에 불리한 프레임(Frame) 씌우기를 반복하며 사회의 분열을 지속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기회의 평등과 정의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과 거리가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워 권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내 모든 다주택 보유자들을 ‘죄악시’하는 관점이 뚜렷한 부동산 대책, 대기업에 대해 한껏 부정적 관점이 전제된 채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올해 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유통산업법 개정안 등으로 그 일관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러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은 현 정부에 대한 맹목적 지지 세력들에 의해 ‘적폐’ ‘친일파’ 등 프레임이 어김없이 씌워지고 있다.  

야당의 대응 수준도 대동소이하다. 극단적 반(反)정부 프레임을 확산시켜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조하는 데 활용했다. 야당은 8월 15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광화문 집회의 중심이 된 극우 기독교 세력을 대표하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코로나19 확산 중 단체 집회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 하에 이를 지원한 야당의 선택은 수도권 지역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재앙의 계기가 됐다. 

여기에, 여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 재확산을 기회로 삼아 정부 비판적 여론을 전광훈 목사의 세력과 동일시하는 여론을 조장했다. 이념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모든 정당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각자의 정치적 기반 확장을 위한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악재로 인한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절규에 귀를 닫은 채 정치인들은 그저 자신들의 잇속을 위한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경제붕괴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시민의 고통은 커지는 중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현실을 봐야한다. 정치권은 우리가 마주한 여러 문제들의 본질을 잊게 만드는 분쟁을 더 이상 양산해서는 안 된다. 조선시대 붕당정치로 대표되는 정치적 이권 다툼의 폐단이 끝내 백성들에게 안겨준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