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코리아가 현재 국내 출시한 차량들. 왼쪽부터 모델 X, 모델 3, 모델 Y. 출처= 테슬라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지사인 테슬라코리아가 국내 출시 차량 3종 가운데 가장 하위 모델인 중형 전기 세단 ‘모델3’를 제외하면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에 비춰볼 때 테슬라코리아의 고급차 출시 전략에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가 모델 3를 편애하는 추세는 테슬라코리아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7일 국내 자동차 통계정보 전문 연구소인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8월 모델 3 판매량은 8136대로 집계됐다.

모델 3는 같은 기간 테슬라코리아의 전체 판매실적 8462대 가운데 96.1%를 차지했다. 테슬라코리아가 같은 기간 모델 3와 함께 국내 판매하고 있는 준대형 전기 세단 모델 S와 대형 전기 SUV 모델 X 등 두 모델의 총 판매량이 326대에 불과한 셈이다.

모델 3에 비해 나머지 두 모델의 실적이 적은 주 요인으로 비싼 가격이 꼽힌다. 차량별 가격은 모델 S 1억799만~1억3299만원, 모델 X 1억1599만~1억3599만원으로 모두 1억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두 모델 가운데 테슬라코리아가 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모델 X는 프로모션 제로(0) 정책으로 인해 원가 그대로 사야 한다. 테슬라코리아는 모델 X에 대한 구매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 본사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보조금이 지급되는 모델 S는 롱 레인지 트림의 경우 국고 보조금 771만원, 지자체 1270만원(서울 기준) 등을 지원받아 8758만원에 살 수 있다. 모델 S·Y 모두 모두 모델 3(5479만~7479만원)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전세계 테슬라 차량별 판매 추이에 비교할 때 하위급 모델에 더욱 편중된 수요를 보였다. 미국 친환경 분야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CleanTechnica)가 지난해 판매량 기준 전세계 상위 20개 모델을 분석한 결과 모델 3 30만75대(1위), 모델 X 3만9497대(11위), 모델 S 2만8248대(20위) 등으로 나타났다.

세 차량의 판매량을 총합으로 산출한 모델별 판매 비중은 모델 3 81.6%, 모델 S·X 19.4%다. 모델 3는 전세계 시장에서도 같은 브랜드의 타 모델에 비해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나머지 두 모델도 경쟁사 모델과 함께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모델 3를 주로 선택한 이유로 수입 전기차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모델 3는 트림별 국고 보조금(760만~800만원)과 서울시 보조금(1270만원)을 모두 받을 경우 3416만~5449만원 정도 가격에 살 수 있다. 가솔린, 디젤 등 석유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가운데 선택 사양을 모두 탑재한 동급 국산차나 같은 급의 수입차와 견줄 수 있는 가격이다. 모델 3가 내연기관차 못지 않은 주행거리와 자율주행, 구동성능 등을 갖춘 데다 국산 전기차 가운데 경쟁 모델이 없는 차급인 중형 세단인 점도 수요를 불러일으킨 매력 요소다.

다만 테슬라코리아가 모델 3에만 실적을 의지할 경우 갈수록 수요가 정체되는 등 경쟁력이 약화하는 등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소형 전기 SUV 코나 일렉트릭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더 비싼 모델 3에 최근 밀린 점은 신차 믹스 개선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코리아가 모델 3를 통해 높아진 시장 기대감에 지속 부응할 수 있을 만한 신차를 내놓아야할 때가 다가올 것이란 관측이다.

박정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 이후 기존 경쟁구도를 위협할 만한 타사 차량들이 출시될 것”이라며 “테슬라코리아에게 다양한 급의 차종으로 시장에 어필하는 전략이 요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테슬라 미국 본사가 현지 등 일부 국가에 현재 판매하고 있는 소형 전기 SUV 모델 Y. 출처= 테슬라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미국 본사는 소형 SUV인 모델 Y를 올해 하반기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곳곳에 출시함으로써 모델 3의 상승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모델 Y는 테슬라의 기존 출시 라인업에 없던 차종인 동시에, 테슬라 경쟁사들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동급 차량과 경쟁하기 위해 첨단성을 집약한 모델로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 Y가 모델 3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대를 지닌 동시에 차별적인 시장 포지션을 갖춘 차량으로 출시될 경우 테슬라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본사로부터 물량을 배정받아야만 모델 Y를 출시할 수 있는 테슬라코리아는 모델 Y의 출시 여부나 일정에 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