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국서 5G 잭팟을 터트렸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Verizon)에 자사의 5G 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사실이 7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통신장비 산업 수출 역사상 최대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서 꾸준히 5G 통신장비 시장을 타진한 삼성전자의 초기술 전략과, 화웨이 반사이익, 이재용 부회장의 연이은 세일즈 성공에 집중하고 있다.

▲ 출처=갈무리

#꾸준한 시장 타진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향후 5년 동안 버라이즌에 자사의 5G 이동통신 장비 등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한다. 삼성전자의 종속회사인 미국 현지법인 Samsung Electronics America, Inc의 단일판매·공급계약이다.

최근 미국서 고주파 대역 경매가 완료되는 한편 최초의 5G 아이폰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버라이즌이 믿을 수 있는 5G 통신장비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서 꾸준히 5G 인프라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다. 그 연장선에서 버라이즌과의 협력 강도를 높이는 대목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5G 상용화 직전인 2018년 1월 버라이즌과 5G 기술을 활용한 고정형 무선 엑세스(FWA, Fixed Wireless Access) 서비스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자체 통신규격인 5GTF(5G Technology Forum) 기반의 통신장비, 가정용 단말기(Customer Premises Equipment), 네트워크 설계 서비스를 공급했다.

두 회사 협력의 핵심인 5G 고정형 무선 엑세스 서비스는 초고속 이동통신서비스를 각 가정까지 무선으로 직접 제공하는 기술이다. 광케이블 매설 공사나 이를 위한 인허가 절차 등이 필요 없으며 수개월까지 걸리던 서비스 준비 시간을 몇 시간으로 단축시키면서도 기가비트(Gigabit)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버라이즌 에드 챈(Ed Chan) 최고 기술 설계 담당(Chief Technology Architect)은 “삼성전자와 같은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마침내 소비자들에게도 5G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마크 루이슨(Mark Louison) 네트워크사업담당도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 실제 통신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미국 전역에서 진행함으로써 5G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5G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5G 상용화가 시작된 후에도 삼성전자는 미 현지에서 차근차근 근육을 키웠다. 지난해 일본의 이동통신 2위 업체 KDDI의 5G 통신장비 공급자로 선정되는 한편 유럽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미국에서의 강력한 로드맵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는 미국 5G·4G LTE 망설계·최적화 전문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TeleWorld Solutions)를 인수하기도 했다. 2002년 설립된 텔레월드 솔루션즈는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업자, 케이블 방송사 등에 망설계·최적화·필드테스트를 지원하는 곳이며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 미국을 포함한 북미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 현지서 5G 맞춤형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량의 필드데이터 기반 네트워크 검증분석 자동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실내외 기지국 최적 위치 선정, 무선신호 간섭원 추출, 기지국 셀(Cell) 설계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대비 50%에서 최대 90%까지 절감해주는 솔루션을 가진 솔루션즈의 기술력은 삼성전자의 미 현지 5G 시장 안착을 끌어낸 특급 도우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5위 이동통신사업자인 'US 셀룰러(US Cellular)'와 5G·4G 이동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US 셀룰러는 미국 전역의 가입자에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미국 5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US 셀룰러와의 계약을 통해 미국 5대 통신사 중 4개에 장비를 공급하며 4G는 물론 5G 장비 공급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게 됐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김우준 부사장은 "미국의 여러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삼성전자 5G 솔루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5G 혁신과 리더십, 새로운 통신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 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은 13.2%로 35.7%의 화웨이, 24.6%의 에릭슨, 15.8%의 노키아에 이어 4위다.

▲ 출처=갈무리

#화웨이 반사이익
글로벌 통신장비 및 5G 통신장비 시장의 최강자인 중국 화웨이가 최근 미국 정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점도 삼성전자의 북미 5G 잭팟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물론 화웨이가 완전히 시장 주도권을 놓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압박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으나 유럽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이후 "프랑스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했으며 도이치텔레콤은 지난 8월 13일(현지시간) 5G 장비사의 다각화, 즉 멀티 벤더 전략에 힘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르비아는 아예 기술 중립성을 내세웠다. 이리니 렐진 세르비아 무역 및 통신부 차관은 "우리는 공공 조달 절차와 EU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EU 규정은 이통사가 모든 제조업체로부터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기술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과 이통사들은 그들의 5G 망 구축에 화웨이를 참여시키고 있다.

다만 미 현지에서 화웨이의 존재감의 완전히 사라진 분위기며,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에릭슨 및 노키아 등 쟁쟁한 선발업체들과 경쟁하며 삼성전자만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재용 부회장. 출처=삼성

#이재용 세일즈
최근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각축전을 벌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깜짝 성과를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M 및 엔비디아 물량 수주다. 

IBM은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 '파워(power) 10'을 공개하며 이를 삼성전자가 생산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IBM이 삼성전자의 손을 전격적으로 잡은 셈이다. 

삼성전자가 IBM의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른 팹리스와의 협력도 타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로메티 당시 IBM 최고경영자(CEO)를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번 파운드리 물량 수주에 있어서도 IBM과의 적극적인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엔비디아 파운드리 물량 수주전에 있어서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의 세일즈 본능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굵직굵직한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에서 나온다"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파운드리부터 5G 통신장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오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