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러시아가 최근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스푸트니크와 관련해서는 초기 임상을 2달 만에 마무리하고 최종 3상을 거치지 않아 졸속 승인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를 비롯해 바이오테크인 모더나 등이 올해 안에 백신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중화항체 형성”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글로벌 의학 학술지 ‘더 랜싯’에 스푸트니크의 초기 임상 관련 결과가 공개됐다. 랜싯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6~7월 러시아 병원 두 곳에서 각각 18~60세의 건강한 성인 38명을 대상으로 1차, 2차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 모든 참가자에게서 코로나19 중화항체가 생성됐다.

1차 임상 접종 21일 이후 2차 접종이 이뤄졌다. 시험은 42일 동안 진행됐다. 플라시보(가짜 약) 투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작용은 미열 등이 나타났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어떠한 심각한 부작용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스푸트니크는 항체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경미한 코로나19에서 회복한 4817명의 회복기 혈장(convalescent plasma)을 채취해 백신 접종 후 면역과 선천 면역을 비교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 후의 항체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중화항체 반응은 2상 참가자 전원에게서 나타났다. 한 차례만 접종받은 1상 참가자의 경우 중화항체 반응을 보인 비율이 61%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에서 자연적으로 회복한 후 갖게 되는 면역 반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또 면역세포인 T세포 관련 반응을 살폈다. 연구진은 “백신이 28일 이내에 T세포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임상 규모가 작고 시험기간이 짧으며 1차 임상은 오직 남성만 참여했다는 사실을 한계로 짚었다. 연령대도 비교적 건강한 20~30대에 집중됐다.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최고경영자(CEO)는 “발표는 스푸트니크 프로젝트를 둘러싼 공격에 대한 전환점”이라면서 “우리는 전 세계 최고의 백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발표를 섣불리 백신 개발 성공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3상 결과가 나와야 백신이 실제로 코로나19를 예방하는지 확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5일 스푸트니크 3단계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4만명이 참여하는 이번 실험은 모스크바 병원 등 약 20곳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ㆍ화이자ㆍ모더나, 올해 안 백신 공급 예상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31일 “이르면 9월 중 임상 3상의 예비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 중인 백신의 이름은 ‘AZD1222’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재조합DNA 백신이다.

AZD1222의 초기임상(1/2)에선 참여자 1077명 중 95%에게서 항체반응이 확인됐다. 항체반응은 대조군 대비 4배 높았으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앨버트 불러 화이자 최고경영자는 국제제약협회연맹 회의에서 “10월 말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의 최종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를 타깃으로 하는 mRNA백신을 개발 중이다. 개발명은 ‘BNT162b1’이다. 이는 지난 7월부터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초기임상(1/2상)에선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백신을 투여한 임상시험 참여자 모두에게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이들의 중화항체 형성 정도는 코로나19 완치자의 1.8~2.8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지원을 받아 ‘mRNA-1273’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7월 임상 3상에 진입했다. 모더나는 오는 11월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더나도 다른 두 회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타깃이다.

mRNA-1273은 임상 1상에서 참여자 45명 전원에게서 항체형성이 확인됐다. 이 중 8명에선 바이러스 병원성ㆍ감염성을 떨어뜨리는 중화항체가 발견됐다. 이는 대조군 대비 약 4배 높은 수치다. 다만 다른 백신에 비해 임상시험 참여자 수가 적어 정확한 결과는 임상 3상이 마무리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안에 이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말 이전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전망"이라면서 "우리는 아마 10월쯤에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최근 미국의 각 지방정부에 10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준비하라고 통지했다고 알려졌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품청(FDA) 국장은 "임상시험 중인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이 아주 긍정적이라면 임상 3상이 완료되기 전 긴급승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