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8월에 이어 9월에도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의 매수세로 시장 수급 구조는 호조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박스권 내에서 맴돌고 있다. 매도를 잇는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시 국내 증시 성장 모멘텀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외국인의 전환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달려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외국인 떠난 자리, 개인이 나섰지만…주가 '중립'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조8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으며, 9월에도 지난 3일 기준 2700억 수준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다만 8월 순매도는 월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정기 리밸런싱 관련 영향이 컸고, 9월 들어서도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 국내시장 이탈이 가속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복귀가 지연되는 요인은 미국 뮤추얼 펀드 주식형 자금의 순유출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주식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460억달러(약 54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1470억달러(약 17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펀드의 순유출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에 따라, 영향 받는 외국인 매도량이 더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 자료=한국거래소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가 늦어지는 가운데, 이를 넘어서는 개인들의 자금 유입으로 증시 수급 상황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8조6000억로 올해 들어 20조원 이상 늘어났다.

증시를 향한 개인의 투자자금 유입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일반 공모주 청약이 마감된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청약 경쟁률 1524.85대 1, 청약금액은 58조55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의 SK바이오팜의 323.02대 1의 경쟁률과 청약 증거금 30조9889억원을 훨씬 웃도는 기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청약 증거금 중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58조4775억원은 4일 청약자 계좌로 환급된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기조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태가 지속돼 다시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 자금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금융상품에 예치한 후, 또 다른 공모주에 다시 투자하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에도 청약 증거금이 환급된 지난 6월 26일 증권사 CMA 잔액이 하루 만에 9조원 넘게 급증한 56조원으로, 그다음 거래일인 29일 58조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은 50조6595억원으로 증거금 납부 전인 6월22일(47조3987억원)보다 3조원가량 늘어났지만, 다음 거래일인 29일 47조6983억원으로 줄면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SK증권 이소중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 청약대금 중 환급된 자금 일부는 공모시장에 재투자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특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기대감이 높은 기업들의 공모 시점이 연내 집중될 전망이어서, 이들 주식을 청약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이 공모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2300선에서 등락 중인 코스피가 상승세를 나타내기 위해선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 회복세 유지 불안감↑…"4분기에 긍정적 변화 예상"

KTB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최근 미국 뮤추얼 펀드 주식형 동향은 3~8월 6개월 연속 순유출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부양책을 기반으로 하는 경기회복에 대한 지속성 여부에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의 미치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최근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가 같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8월에 56.0으로 급등하며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세부 지수 불균형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8월 생산과 신규주문의 경우 각각 63.3과 67.6으로 큰 폭 상승했지만, 고용의 경우 46.4로 개선 폭이 크지 않고, 재고의 경우 44.4로 오히려 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기업들이 공격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신규주문과 생산 활동에 있어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지만, 경기회복 지속력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여전히 고용 확대에 소극적이고, 재고관리에 치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8월 서비스업 PMI는 56.9로, 전월의 58.1보다 하락했다. 고용지수는 전월의 42.1에서 47.9로 개선됐지만, 기업활동지수와 신규수주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기업활동지수는 전월 67.2에서 62.4로, 신규수주지수는 67.7에서 56.8로 각각 하락했다.

지난주(8월23일∼29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8만 1000건을 기록했다. 2주 만에 다시 10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통계 기준이 바뀐 데 따른 결과로 아직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뮤추얼 펀드 동향을 제외하더라도 4분기에 외국인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석현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지금과 같은 패턴의 회복 사이클을 보였다”라며 “고용과 재고 지표는 생산과 수요에 후행적으로 이행되면 경기 회복세 확산을 이끌었다. 이번 코로나19 경제 충격도 일정한 시차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순매수 전환은 미국 고용환경 회복 강화와 재고 축적 확대 여부를 분기점으로 삼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올 4분기 중에 펀더멘탈 측면의 긍정적 시그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