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ICT 플랫폼에서 가장 치열하고 정신없는 분야가 바로 배달앱 시장이다. 지난해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합병을 선언한 상태에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중이며, 이 과정에서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는 한편 각 사업자들의 선명한 행보가 가동되며 시장의 흐름 자체가 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프레임이다.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각 플레이어의 사정에 따라 업계흐름이 요동치면서 배달앱 시장은 대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 출처=우아한형제들

대배달 시대
숙박앱 플랫폼의 간판이 야놀자 및 여기어때며 부동산 플랫폼의 양대산맥이 직방 및 다방이라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을 주축으로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및 배달통이 오랫동안 핵심 사업자로 활동한 바 있다.

'배달앱 천하삼분지계'의 균열은 지난해 말 시작됐다. 일본계 소프트뱅크의 자금을 듬뿍 흡수한 쿠팡의 쿠팡이츠가 서서히 가동되는 상황에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전격 인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독일 내 사업을 대부분 정리하고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시장으로 비즈니스의 축을 옮기는 한편, 그 거점을 배달의민족으로 낙점하고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아시아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전격 영입했다.

지난 4월 1일 있었던 우아한형제들의 오픈서비스 파동은 '대배달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초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중심의 관련 발대식이 열리던 당일,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인 오픈서비스를 전격 공개했다.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배민을 이용하는 외식업 자영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업주님들은 낮은 수수료율을 고르게 부담하고, 이용자 분들은 식당과 메뉴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서비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미 가동을 예고했던 서비스며, 울트라콜의 깃발꽂기에 따른 폐혜가 커짐에 따라 마련한 보안책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점주들의 한탄소리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 체계의 보완에 나선다는 우아한형제들의 목소리는 오로지 배달앱을 비판하고자 벼르고 있던 자들의 훌륭한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맹목적인 마타도어에 직격탄을 맞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체제를 가다듬어 상생의 방향을 틀어가려고 했으나 극단주의자들은 이러한 회사의 노력은 외면하고 '왜 수수료를 받느냐'며 답도 없는 괴성을 질렀다. 이들에게 우아한형제들이 기존 깃발꽂기의 폐혜를 해결하고 매출 기반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중들은 선동에 넘어갔고 유력 정치인들은 이를 열심히 이용해 먹었다.

결국 우아한형제들은 오픈서비스를 포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4월 10일 “각계의 충고와 업주님들의 질타를 깊이 반성하는 심정으로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면서 “저희는 4월 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나아가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님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여 결정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업주님들과 소통 기구인 협의체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정부의 관계부처,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겠습니다”고 말했다.

이후 공공 배달앱 가능성이 적극 타진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쿠팡이츠 및 위메프오 등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한편 배달앱 시장의 전선이 크게 꼬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자체는 점점 확장됐다. 실제로 앱/리테일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 7월주요 배달앱의 서비스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 주요 배달앱의 월 결제액이 1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톱 2개사 배달앱의 월 결제금액이 9434억 원이며 결제자수는 1504만 명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결제금액이 1조82억원, 결제자수는 1628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당 평균 결제횟수는 2.8회, 1번 결제할때 2만2254원이었으며 1달 동안 6만2766원을 결제했다. 시장 규모로 보면 2018년 4조1000억원, 2019년 7조1000억원, 올해는 7월 기준 이미 6조4000억원원에 육박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다. 

▲ 오픈서비스. 출처=우아한형제들

일반적인 프레임 전쟁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이어지며 시장 독과점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시장 독과점을 논하기 전, 수 많은 플레이어들의 전격전으로 업계의 전선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프레임 전쟁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프레임은 역시 점주들의 불만이다.

최근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배달앱 및 가맹점 간 거래 행태와 불공정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 내 2000개 외식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배달앱 입점이유를 두고 55.5%가 '홍보가 편리해서'라 답했다. ‘배달앱 이용 소비자가 많아 입점을 하지 않고는 영업 지속이 어려워서’라는 답변도 52.3%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무려 79.2%가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했으며 대부분의 점주들은 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이라는 프레임은 현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합병을 반대하는 논리로 소구되는 경향이 잦다. 약탈적인 배달앱 플레이어들이 손을 잡는 순간 시장에서 이들의 횡포에 제동을 걸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또 다른 측면으로 공공 배달앱의 당위성으로 발전한다. 결국 약탈적인 배달앱들의 폐혜를 걷어내려면 공공 배달앱을 통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견제구가 필요하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이미 로드맵은 가동되고 있다. 군산 배달의 명수를 기점으로 서울시는 지난 8월 4일부터 ‘제로배달 유니온’에 입점할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오는 10월 화성, 오산, 파주 3개 시·군을 시작으로 공공배달앱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파트너는 각각 허니비즈의 띵동과 NHN 페이코다.

여기서 '공공 배달앱이 민간 배달앱보다 우월하다'는 패러다임이 새롭게 만들어 진다. 아무래도 상생을 위한 공공 배달앱이 전체 시장의 건전성을 담보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다만 이러한 논리는 위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세금이 소요되는 공공 배달앱은 시민의 혈세를 점주들에게 지원하는 방식인데다, 자본 및 연속성을 끝까지 담보하기 어렵다. 물론 이 문제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풀어간다지만 역시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공공 배달앱의 바이블로 평가되던 군산 배달의 명수는 관리적 측면에서 허점을 보이며 벌써부터 삐걱이며 몰락하는 중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특히 허니비즈의 띵동의 경우 치밀하고 냉정한 전략을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이다. 이러한 행보가 공공 배달앱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2%의 수수료를 바탕으로 상생의 가치를 극적으로 살린다면 폭발적인 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 허니비즈의 확장세가 상당하다. 출처=허니비즈

전략의 프레임 전쟁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프레임이라면, 이제 시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략의 프레임 전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독립의 프레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시도를 두고 우아한형제들을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게르만민족이라 비야냥거리는 한편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 되묻더니 배신의민족이란 뜻이었냐'고 비판한다.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지만, 우아한형제들에게는 뼈 아픈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손잡은 공공 배달앱의 한 축인 허니비즈가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배달 독립군'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들고나와 눈길을 끈다. 민족의 광복을 맞아 배달 독립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독일계 자본으로 넘어가려는 우아한형제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사실 이러한 프레임, 특히 민족적 프레임은 우아한형제들도 원죄가 있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사실을 밝히며 쿠팡의 공격적인 진격을 두고 '일본계 자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렇고 당시도 그렇고 한일 관계는 수출분쟁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쿠팡의 공격적인 확장에 고통을 느껴 합병을 택한다는 이유 중 하나로 굳이 '일본계 자금'이라는 표현을 적은 것은 오히려 역효과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쿠팡이 일본계 자금인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쿠팡이츠에서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마케팅 포인트는 어긋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이 기업결합 심사를 거치며, 시장 독과점이라는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대목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시장 3위, 4위가 쿠팡 및 위메프오로 채워진 가운데 배달통이 5위로 밀려나는 등 시장의 추세는 상당히 급진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 관계사까지 본격적인 시장 진입 채비에 나서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의 합병으로 시장 독과점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프레임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딜리버리히어로가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론자들이 여전히 시장 독과점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보는 점은 부담이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는 심지어 홍보팀마저 "서로의 사정을 잘 모른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엮일' 가능성을 원천차단해 어떻게든 시장 독과점의 빌미를 주려고 하지 않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밎는 사람은 없다. 그 연장선에서 두 기업의 만남에 따른 시장 독과점 프레임은 아직 유효하다.

▲ 출처=갈무리

한편 라이더와 배달앱 사이에서도 프레임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배달앱 시장이 팽창하며 라이더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라이더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주장과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의 충돌이다. 업계에서는 다만 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점주는 물론 라이더에 대한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쿠팡에 대한 '비토 프레임'도 감지된다. 일본계 자본을 등에 업은 쿠팡의 확장정책에 대한 일종의 견제다. 플레이어들은 불편하겠지만, 만약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재미를 본 '로켓 스피릿'을 배달앱 시장에 잘 정착시킨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역시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프레임 내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