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최근 3세대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 준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자족을 노리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3세대 반도체 로드맵
블룸버그는 3일 중국 정부가 향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3세대 반도체 비전을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갈 것이라 보도했다. 투입될 자본은 수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14차에 거쳐 5개년씩 로드맵이 가동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34조원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로드맵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2단계 로드맵이며, 큰 그림의 일부라는 분석이다. 

그 연장선에서 '수천억달러 로드맵'은 중국 정부가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따라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로드맵의 후속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격적인 측면지원은 시작된 상태다. 홍콩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5년 이상 사업을 해온 중국 반도체 제조기업이 28나노 이상의 미세공정을 가질 경우 10년간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 공정에는 5년간 면제, 이후 5년간 세율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여전한 인재 빼가기도 성행하는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굴기'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물론 현재 중국 반도체 업계 상황은 녹록치않다. 중국의 화웨이는 미국의 공세에 반도체 수급길이 모조리 막혔고, 최근 미국 정부는 하이실리콘 제재 등 압박의 수위를 올리며 중국 반도체 업계를 고사시키려는 작전을 구사하는 중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1일 발간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확대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사실상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심지어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초강수도 나왔고, 이 과정에서 대만의 TSMC는 완전히 미국의 손을 잡아 버렸다.

그러나 중국은 막대한 정부의 지원, 그리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일사분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 정부가 아직은 무주공산인 3세대 반도체 로드맵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넘어야 할 산
미국의 압박에 중국 반도체 굴기가 소위 '악에 받친 듯' 진행되고 있으나, 약점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관건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다른 나라가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를 쓰려면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는 핵심 반도체 조달에 있어 미국의 제재를 피해오던 화웨이에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직접적인 거래가 차단됐을 당시에도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설계를 맡기고 생산은 TSMC에 맡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TSMC는 화웨이의 손을 놨고 하이실리콘이 반도체를 설계할 때 사용하는 EDA는 '메이드 인 USA'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EDA는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도 80% 중반대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EDA 점유율은 글로벌 기준 0.6%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중국은 소프트웨어 반도체 부문에서 완벽한 열세에 빠져있으며 이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흘러가는 반도체를 모조리 틀어막는 한편, 세트 중심의 완제품 구입도 막아서자 중국 정부는 SMIC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 플랜B에 나선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반도체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은 하드웨어 측면의 플랜B에 불과하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가진 한계다. 반도체 굴기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오류'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우한에서 가동되고 있는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프로젝트 사례가 단적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무려 1280억위안의 초기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며 현지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지방정부는 153억위안을 투자해 프로젝트의 성공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프로젝트는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TSMC의 최고인재를 영입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 중국 반도체 자급율을 올리는 회심의 한 방을 준비했으나 프로젝트 자체가 휘청이며 심각한 파열음을 내는 분위기다. 공장 건설은 중단됐고 관계인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HSMC가 올해 1월부터 공장 건설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한편,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로젝트의 모 기업이 페이퍼 컴퍼니고, 1280억위안의 초기자금도 거짓말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을 위한 조급증이 희대의 사기극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 사례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허약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