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리더의 질문> 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저자는 2년 전 베스트셀러 <초격차> 출간 이후 기업 경영자들로부터 ‘현장에서 겪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받아 왔다. 이번 <초격차> 후속편에는 그들의 질문 가운데 32개를 추려 답변을 달았다.

그런데, 책 속 질문들부터 새로운 것이 없다. 원래 리더들이 맞닥뜨리는 난관들이란 게 예나 지금이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한 탓이다. 그렇다 보니 책 속 답변들 역시 기존의 경영학적 처방들과 무에 다른가고 갸우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힘은 저자의 이력에서 나온다. 저자가 제시한 나름의 해법들은 교수 연구실의 책상 위에서 정리된 것이 아니다. 경영자로서 한국 기업을 진두 지휘하여 세계적인 기업들을 꺾고 마침내 초격차 기업을 일궈내는 과정, 즉 생사를 다투는 치열한 기업 전쟁의 경험에서 나왔다. 저자의 문장들에서 외국 석학들의 경영학 서적에서 이따금 감지되는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1980~90년대에는 조직 내의 모든 일에 일일이 관여하는 ‘전문 관리자’ 유형의 리더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경영자들은 지금 시대에서는 기업 발전에 걸림돌일 뿐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리더는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해서 모든 판단 기준을 미래에 맞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 경영자들은 위기라는 말을 남발한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거나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이면 “위기인데 근무 기강이 이렇게 해이하니 이 모양이지.”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위기감을 조성하거나 근무 기강을 들먹이는 행동은 자신의 잘못을 직원들에게 덤터기 씌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게을러서 조직이 망하는 경우는 없다. 위기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리더는 절대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역할은 유능한 인재만이 할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 위기 상황에서는 특출한 인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계획은 리더가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회사의 리더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가 할 일인데도 기획팀이나 영업팀에게 회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조사하여 대책을 세워 오라고 지시한다. 회사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부하 직원에게 시키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큰 직무유기다.

▲한 분야에서 외길만 걸어온 사람이 사장이 되면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을 이해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되고 만다. 다른 의견을 잘 듣고 상호 피드백을 원활하게 하는 리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리더가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인사 시스템에 존재하는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는 직위 체계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조직 체제는 간단히 ‘실무급’과 ‘임원급’으로 나누면 된다. 실무급의 경우 직위는 두세 등급으로 나누고 직책에 맞게 능력 있는 인재를 임명하면 된다.

▲다양성이 있는 문화나 조직에서는 “나한테 피해만 안 주면 네가 하는 거 다 인정해줄게. 얘기를 들어볼게. 좋으면 받아들일게”라는 자세를 견지한다. 반면 다양성이 없는 곳에서는 모든 결정이 ‘나’ 아니면 ‘너’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이란 말이 나온다. ‘이곳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다른 곳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연구 성과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배타적 문화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