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알짜 자회사 한화시스템으로 길어지는 코로나19 위기 돌파에 나선다. 민항기 수요 부진에 따라 항공엔진 대신 방산 및 정보통신기술(ICT)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전락이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차세대 이동수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의 수혜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또 다른 성장축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사업 실적 방어 공신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927억원, 영업이익 702억원, 당기순이익 4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7%, 10.9%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도 39%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항공산업이 직격타를 맞았고 이에 따라 항공엔진 수요도 덩달아 급감한 탓이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열린 기관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 콜에서 “연초 차세대 엔진 기어드 터보 팬(GTF)의 납품 900대를 전망했지만, 현재 기준으로 600대 초반”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보다 40% 이상 높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을 493억원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 영업이익률도 5.9%로 전년 동기 5.6%보다 0.3%p 개선됐다.

이번 깜짝 실적은 한화디펜스 등 방산부문 자회사 실적 호전에 따른 것이다. 방산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한화디펜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771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0.3% 올랐다. 노르웨이, 인도 등으로 K9자주포의 수출 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증가했다. 회사에 따르면 한화디펜스의 수출액은 1분기 497억원에서 2분기 1659억원으로 234%나 치솟았다. 

반면, 한화시스템의 경우 같은 방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231억원, 영업이익 18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22.4%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년 전 6%에서 올 2분기 5.6%로 0.4%p 하락했다.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2차 양산 종료와 함께 방산부문 매출감소, ICT부문 투자비용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 버터플라이 기체. 출처=한화시스템

AI·ICT서도 두각… UAM·일감몰아주기 무혐의 호재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화시스템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보고 기대하고 있다. 금번 실적은 데이터 센터 투자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데 따른 둔화에 불과하며, 하반기부터 수익성 제고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00년 1월 설립, 방위산업과 IT 서비스를 융합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존 주력하던 방산부문 뿐 아니라 위성 안테나 시장,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5년에 발사된 아리랑 3A호의 적외선 영상 장치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미국·프랑스·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약 120억원 규모의 아리랑 위성 7A호 적외선 영상 장치 개발에 착수에 돌입했다. 

또한, 제조·방산 뿐 아니라 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ICT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보험 코어 시스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AIG와 미래에셋생명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특허청에 보험코어 솔루션 브랜드 하이파스(HIPARS)의 상표등록을 신청했다. 카이스트 AI대학원과 공동연구 및 인재교류를 통해 연내 AI플랫폼 하이큐브(HAiQV)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7월 미국 에어택시 개발업체 오버에어사에 지분 투자를 하며 국내 최초로 UAM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오버에어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핵심 엔지니어를 현지에 파견해 버터플라이 기체 개발 전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도심 항공교통 산·학·연·관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 업계 대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 방산부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TICN 3차 양산을 포함한 주요 납품이 4분기 집중돼 있어서다. 특히, 지난 달 국방부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위력개선비에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한 점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덧붙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무혐의로 발표난 것도 호재로 평가된다. 영업외 일회성 비용 지출 부담이 줄어듬과 동시에 기업가치도 제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