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매월 초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양사의 미국, 유럽 등 두 지역 실적을 분석·평가하는 내용의 국내 보도가 쏟아진다. 양사가 전세계 시장 가운데 해당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실적의 비중이 비교적 크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양사의 성적은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미국, 유럽 각 지역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옴으로써 실적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양사의 연간 전세계 실적 대비 지역별 실적 비중 추이. 출처= 각 사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양사는 미국, 유럽 두 지역에서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3대 가운데 1대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각 사가 매년 초 발표하는 연간 경영실적을 합산한 결과 작년 양사의 유럽, 미국 판매대수는 각각 103만9000대, 132만5000대로 집계됐다. 양사의 전세계 판매량 가운데 지역별 점유율은 유럽 14.2%, 미국 18.2%로 총 32.4%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 비중 17.3%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해당 국가들이 양사에게 중요한 시장으로 분류되는 이유로 비교적 많은 자동차 소비 인구를 보유한 점이 꼽힌다. 이와 함께 중국과 달리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경제적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점도 지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뒤 2010년대 초중반 들어 경기가 반등함에 따라 다른 대륙과 상반되는 성장세를 나타낸 점도 최근 시장에 매력을 더한 요소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에겐,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거두기 위해 시장별 공략 비중을 더욱 골고루 분산시킬 명분을 제공한 현상이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전시장. 출처= HMG저널

유럽, SUV·친환경차·고성능차로 공략 성공

유럽에는 영국, 이탈리아 등 국가처럼 좁은 길이 많거나 독일처럼 속도 무제한 도로나 평지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는 등 각양각색의 조건을 지닌 도로가 구축돼 있다.

양사는 이에 따라 각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의 자동차 취향이 다양한 것으로 분석하고 국내에 출시한 각종 차량들을 현지에 투입하고 있다. 유럽 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다양한 지형이 조성된 한국에 맞춰 개발된 차량들이 유럽에서도 먹힐 것이란 판단에서다.

양사는 다양한 지형과 소비 문화가 존재하는 유럽 시장을 공략할 키워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고성능차 등 3가지를 앞세웠다.

다양한 상태의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SUV는 유럽 각지를 공통적으로 공략하기에 유용한 차종이다. 현대차는 기존에 출시한 SUV 제품에 이어 최근 소형 SUV 코나를 이후 유럽국가에 순차 출시했다. 기아차도 니로, 스토닉, 씨드 CUV 등 모델을 공격적으로 투입해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 시장에 관련 차량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유럽 각국의 정부가 배출가스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는 등 정책 기조를 보일 뿐 아니라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문 사이트 이브이 볼륨(EV Volume)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41만대로 중국(38만대)를 추월해 1위로 올라설 정도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2010년대 이후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차량을 출시함에 따라 해당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꼽혔다. 양사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기차 라인업을 적극 확장했다. 동시에 수소전기차 넥쏘를 양산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수소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나가는데도 성공했다. 전기차 전문 사이트 이브이세일즈(EV Sales)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에 보급된 수소전기차 7574대 가운데 63.6%인 4818대가 넥쏘의 기록이다. 양사는 이 같은 친환경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가고 있다.

유럽에서 고성능차 시장이 발달한 이유로 차량을 고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도로 여건이 조성돼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다양한 완성차 브랜드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상품 전략으로 고성능 모델을 적극 내놓음에 따라, 고성능차 기술력은 브랜드 가치 향상의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사는 현재로선 현대차 i30N, 기아차 스팅어 등 업체별 1종씩 총 2종의 고성능차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현지에선 해당 모델만으로 양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AMS는 현대차·기아차가 유럽에서 성공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고성능 모델을 지목하며 “i30N, 스팅어 등 양사의 고성능 모델은 놀라운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과 현지 주력 모델. 출처= 기아자동차 미국법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 현대차·기아차 경쟁력의 시발점

현대차·기아차는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현지 입지를 강화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들의 평균 운행거리가 갈수록 길어지는 등, 자동차가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시장이다. 미국 자동차 협회(A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운전자들의 일주일 평균 운전거리는 220마일(약 354㎞)로 5년 만에 5% 가량 증가했다. 미국은 또 험로, 직선 도로 등 다양한 종류의 도로가 조성됨에 따라 자동차 주행성능에 대해 다변화한 니즈를 갖춘 시장이다. 차량을 구매할 때 뿐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유지·보수하려는 고객들의 관련 서비스에 대한 요구사항 수준도 높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출시 차량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각종 차량 테스트의 시험 결과는 엄격하고 전문적인 심사 절차로 인해 높은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 주요 테스트로 J.D.파워, 올해 미국의 차, 신차충돌테스트(NCAP) 등이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에서 획득한 테스트 결과를 현지 뿐 아니라 전세계 진출 시장에서 홍보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 양사 입장에선 미국은 공략하기 어렵지만 세계적인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시장이다.

현대차·기아차는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전략의 핵심 사항으로 품질·현지생산·보증 등을 전략 전면에 내세웠다. 양사는 그간 정몽구 회장이 줄곧 표방해온 ‘품질경영’을 미국 시장에도 그대로 도입했다. 유연 생산 시스템 구축, 시설 개선, 협력사 파트너십 강화 등 품질 관련 역량을 자체 강화하는데 주력해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2000년대 이후 현지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일조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을 정서적으로 감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생산공장을 구축하기도 했다. 양사는 각각 2005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2009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각각 설립했다. 이후 연 수백만대를 생산해 북미 지역에 보급함으로써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세제 혜택을 누리는 등 현지본부 실적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가 미국에서 펼치고 있는 주요 고객 서비스는 무상보증 서비스다. 이는 품질 경영을 바탕으로 확보한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개발한 서비스다. 현대차는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 2000년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매 위기 때마다 10년/10만마일 무상보증,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차별적인 무상보증 프로그램을 내놓음으로써 실적을 개선했다.

양사는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유사시 구매했던 차량을 반납할 수 있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최근까지 꾸준히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지난달의 경우 미국에서 5만9721대, 5만7015대씩 판매했다. 전년동월 대비 8.8%, 6.1%씩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지난 3~6월 10~40%대의 전년동월대비 감소폭을 보인데 비해 대폭 개선됐다. 이에 더해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셀토스 등 현지 주력 모델은 오히려 같은 기간 실적이 늘거나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