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택시에 탑승하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개인적인 판단일 수 있겠으나 승차거부도 많이 사라졌고, 행여나 기사 마음에 들지않는 목적지를 말했을 때 느껴지던 노골적인 짜증도 체감상으로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여성을 중심으로 택시타기가 여전히 불편하다는 말은 많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택시타기가 수월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퀴퀴한 담배냄새도, 정말 많이 사라졌습니다.

단 몇 년사이에 벌어진 이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승객의 쾌적한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택시회사 및 기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첨언하자면, 아무래도 외부의 ‘쇼크’도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 쇼크는 바로 카풀과 VCNC의 타다 베이직입니다. 결과론적으로 두 서비스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끝내 좌초됐으나, 이들의 짧았던 등장만으로 택시업계는 스스로의 서비스를 돌아본 계기를 마련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ICT 대기업 카카오의 행보는 택시업계에 많은 영감을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카풀 정국을 통해 택시업계를 긴장시켰고, 지금은 다양한 모빌리티 전략으로 역시 택시업계에 자극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택시만 그렇겠습니까. 카카오가 시장 진출에 성공한 대리운전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세 사업장 중심으로 움직이던 대리운전업계는 카카오 T 대리운전 등장으로 전혀 새로운 시장이 됐고, 진화했고 확장됐습니다. 지난해 말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인 씨엠엔피(CMNP)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전히 대리운전기사들과의 분쟁은 진행중이지만, 최소한 카카오가 대리운전업계에 진출해 시장 자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했’으며, 소비자들은 더욱 마음 편안하게 대리운전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대기업의 기존 영세시장 진출을 ‘다른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영세시장의 사업자들을 핍박하는 상황은 만들어지지 말아야겠으나,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의 시장 진출 후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기업은 지켜보는 눈이 많고, 운신의 폭에 제약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 출처=갈무리

최근 중고차 거래 시장에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대기업의 진출 여부를 두고 공방이 뜨겁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는 가운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당연히 영세한 시장의 플레이어들에 대한 보호입니다. 이는 헌법적 가치와도 같습니다.

다만 소비자 측면의 각도에서 살펴보면 다른 가능성도 타진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건수는 총 2만783건이 접수됐을 정도며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무려 76.4%의 응답자가 국내 중고차 시장을 두고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기준 약 22조원 규모로 추정될 정도로 거대하면서도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사실상 보호되어 왔으며, 그 결과 소비자의 권익이 다소 무시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냥 ‘생존권 보장’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방치하는 것은, 절대다수인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입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당장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비자 측면의 정책 수립에도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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