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네이버 관련 서비스에서 네이버의 이름이 사라지거나 뒤로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의 이름이 전면에 붙었던 네이버 통장도 금융감독원의 경고에 따라 한 달여 만에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으로 명칭이 달라졌습니다. 

또 U+알뜰모바일이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적립되는 모바일 요금제를 1일 선보이며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적립되는 요금제라는 이름을 명명했으나 이는 10% 적립 요금제로 역시 달라졌습니다. 

두 사례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핀테크와 관련이 있는 영역에서 최초 네이버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걸었으나 이내 '뒤로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적립되는 모바일 요금제가 10% 적립 요금제로 변경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네이버의 강력한 시장 확장을 견제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네이버가 스스로 뒤로 빠지며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하려는 시도를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분석은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지나치게 단편적인 접근입니다.

▲ 출처=U+알뜰모바일

우선 핀테크 영역에서 네이버가 소모적인 논란에 벗어나기 위해 '뒤로 빠지는' 분위기는 분명히 있습니다. 기존 거대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시장으로 진격하는 네이버의 발목을 잡기 위해 스스로를 약자로 코스프레한 후 '네이버가 너무 무서워 견딜 수 없어요'라며 뒤로는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네이버의 경영 철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네이버는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때 항상 연대를 통한 제3지대를 구축하는 전략을 선호합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항해 유럽과 아시아 AI를 연대한다는 글로벌AI벨트가 대표적입니다. 네이버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기존 시장에서 활동하던 플레이어와 손을 잡고 연대하며, 이를 연결고리로 삼아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는 (네이버통장은 상황이 약간 다르지만)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스스로를 전면에 내보이지 않고 연대 파트너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이유로 U+알뜰모바일의 상품에 네이버페이 이름이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단순한 연대의 확장 측면에 불과하기 때문에 네이버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걸 이유가 없어요. 그러나 마케팅적 측면에서 연대 파트너의 '욕심'이 한 스푼 섞이며 요금제 이름이 바뀌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후문입니다.

▲ 출처=갈무리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핀테크 선봉에 선 네이버페이를 두고 아마존 AWS를 닮았다고 합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 보다는 성장의 흐름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비슷할까요? AWS는 아마존의 이커머스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으나 지금은 아마존 매출의 큰 역할을 하는 기둥으로 성장했습니다.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일이 잘 풀린 셈입니다. 네이버페이도 비슷합니다. 검색에서 시작된 네이버의 목적은 '사용자들에게 훌륭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필요했고 이커머스 경쟁력이 절실했으며 자연스럽게 네이버페이까지 탄생해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네이버페이의 흐름은 네이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만 내막이야 어떻든 네이버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고, 말 그대로 그들의 목적인 '사용자들에게 훌륭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위해 경쟁사가 '스스로 진출하는 것'을 택한 반면 네이버는 '연대'의 방식을 추구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의 이름은 마케팅적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뒤로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 네이버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연대 파트너에게 ICT 기술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그 사업의 주도권은 일정정도 연대 파트너에게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연대한다는 것은,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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